[인터뷰]정유신 한국벤처투자 사장

"증권사 IB(투자은행)들이 성숙단계에 들어선 기업에만 집중하다보니 증시에 새로운 성장기업이 들어올 여지가 적습니다. 투자자들도 증시에 새로 투자할 유인이 줄어들게 됩니다. 벤처투자 활성화로 벤처기업이 크도록 해야 IB도 리테일도 살아납니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사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금융회사들이 이미 상장된 기업이나 성숙한 기업에만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개구리가 되기 위해 알, 올챙이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초기 투자단계의) 리스크를 줄인다는 이유로 개구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기업이 들어오지 않으니 투자자들도 대형우량주를 사서 장기투자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주식회전율은 떨어진다"며 "이로 인해 IB도, 리테일도 함께 죽는 상황이 온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초기기업이라고 하면 대개 창업한 지 3~5년 된 기업을 지칭한다. 국내 벤처캐피탈들은 5~7년 정도 기업에 투자한다. 이들이 앞으로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기까지 10년가량 더 걸린다.
정 사장은 "기업이 성장단계에 따라 초기기업, 중간기업, 성숙기업이 있듯이 투자금융 생태계도 고르게 분산돼 있어야 한다"며 "국내 투자금융에서는 초기기업이 중간단계 기업까지 크는 과정에 돈을 대줄 벤처자금이 극히 부족한 상태"라고 아쉬워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벤처투자 규모도 0.1%로 미국이나 일본의 0.2%, 이스라엘의 0.45%보다 낮다. 그는 "그나마 있는 국내 벤처투자자들도 기업이 어려워질 때 돈을 빼기 좋은 대출보증 중심으로만 접근하고 기업과 한배를 타는 지분투자 비중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가계와 기업, 세대 등 한국의 3대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절실한 것이 기업활성화"라며 "중간단계의 금융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벤처투자는 국내 벤처캐피탈에 투자금을 대주는 모태펀드를 운용한다. 한국벤처투자는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벤처캐피탈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모태펀드 자금을 받으러 오는 벤처캐피탈이 전체 투자포트폴리오 중 3~5년 미만 기업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채워올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외에도 수출개척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이나 R&D(연구·개발) 비중이 큰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가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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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구주유통시스템'이나 한국거래소 등의 '코넥스'를 통해 벤처투자자의 자금이 조기에 회수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안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사장은 동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대우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의 IB본부장,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사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