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늑장대응·사후검증 소홀에 피해자 규모 확산
동양그룹이 지난 5월 금융당국의 규제로 CP(기업어음) 발행이 어려워지자 전자단기사채를 대거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무분별한 CP 발행에 늑장 대응한 데다 CP 대안으로 야심차게 도입한 전자단기사채가 제2의 피해 사례로 이어지는 것도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2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투자액 4324억원 가운데 CP 투자액은 1800억원이고 나머지 2500억원 가량은 전자단기사채에 투자한 자금이다.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CP는 올해 5월 이전에 발행된 물량으로 5월부터는 ㈜동양(966원 ▼19 -1.93%)·동양시멘트(17,350원 ▲2,080 +13.62%)가 발행한 회사채와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이 발행한 전자단기사채만 개인투자자에게 팔렸다. 금융감독원은 동양그룹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사태 직후부터 실시한 동양증권 특별검사에서 최근 이 같은 내용을 파악했다.

당초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자본이 완전잠식돼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되자 공시나 이사회 결의를 할 필요가 없는 CP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계열사인 동양증권의 특정금전신탁이 개인투자자들에게 CP를 판매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동양그룹은 CP가 어음법상 분할 판매할 수 없지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서는 사실상 쪼개 팔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CP 규제안이 시행되자 CP는 계열사끼리 자금을 돌려막는 용도로 발행하고 개인투자자에게는 CP 대신 전자단기사채를 판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6일부터 동일한 자금조달 목적으로 발행된 CP는 회차에 상관없이 합산한 투자자가 50명 이상일 경우 증권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5월초 CP 규제가 시행된 이후 동양그룹이 발행한 CP는 모두 계열사간에만 거래되고 개인투자자에게는 CP 대신 전자단기사채를 팔아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전자단기사채는 무분별한 CP 발행으로 단기자금시장이 불투명진다는 비판과 함께 LIG건설·웅진홀딩스·STX 사태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올해 1월 대안으로 도입한 제도다. CP와 달리 공시를 통해 매매 사실을 보고하도록 돼 있어 발행 내역과 소유권 이전 사항이 투명하게 드러나 발행기업의 재무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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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회사채처럼 쪼개 팔 수 있는데다 만기가 3개월 이하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부터 61차례에 걸쳐 누적합계 기준으로 총 4081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다. 모두 만기 3개월 이하였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에 CP 개정 방안을 내놓고 올해 5월에야 시행한 것을 두고 '동양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CP를 대신할 방안으로 도입한 전자단기사채가 동양그룹의 자금줄로 활용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후 검증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자단기사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동양그룹이 악용한 것"이라며 "다만 CP 개선안이나 전자단기사채가 나오는데 동양 사태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점검이 좀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