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지난 5월부터 계열사인 KB자산운용의 펀드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KB국민은행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증권사·은행·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를 전체 신규판매액의 50%를 초과해 팔지 못하도록 규제한 '펀드 판매 50%룰' 때문이다. 이 룰은 금융위원회가 계열사간 거래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3년 4월부터 시행해왔다. 당초 금융위는 2년간 한시적으로 효력을 갖는 일몰 규제로 도입했지만 지난 4월 일몰시점을 2017년 3월말까지 2년 더 연장했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2분기 신규로 판매한 KB자산운용 펀드의 비중은 65.43%(판매액 2조6816억원)에 달했다. 1분기 비중도 53.51%(판매액 1조1141억원)로 역시 50%를 넘었다.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KB자산운용의 펀드 비중을 50% 밑으로 떨어뜨리지 못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펀드 판매 중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고객이 영업점에서 신규로 가입할 수 없는 KB자산운용의 펀드는 대표상품인 KB밸류포커스펀드와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를 비롯해 KB액티브배당펀드, KB스타코리아리버스인덱스펀드, KB중국본토A주레버리지펀드, KB막강국공채펀드, KB스타코리아인덱스펀드 등 총 9개다. KB국민은행의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올해 크게 올라간 것은 계열사 펀드가 우수한 성과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KB밸류포커스펀드와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는 연초이후 수익률이 각각 18.28%, 17.59%에 이르고 3년 수익률도 각각 51.78%, 71.24%(에프앤가이드, 지난 7일 기준)에 달한다. 두 펀드의 설정액은 각각 1조4012억원과 8900억원이다.
KB국민은행처럼 금융회사가 '펀드 판매 50%룰'로 인해 계열사 펀드 판매를 중단하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이 룰에 해당돼 골치를 앓아온 신영증권은 계열사인 신영자산운용 펀드의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신영증권은 중장기 수익률이 좋은 신영자산운용의 대표상품인 신영고배당밸류펀드와 신영마라톤펀드 등에 자금이 몰리면서 한때 신규 펀드판매액 중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이 60%에 육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펀드 판매 50%룰'로 인해 과태료 등 제재를 받은 금융사는 없었다"며 "계열사 펀드 판매를 중단한 경우도 KB국민은행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금융사의 계열사 밀어주기를 방지하기 위해 '펀드판매 50%룰'이 도입됐지만 KB국민은행 고객 입장에선 가입하고 싶은 펀드에 자금을 맡길 수 없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신규 펀드판매액 중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50%를 넘은 곳은 KB국민은행과 한국산업은행, PCA생명보험, NH농협선물 등 4곳이다. 제주은행과 메리츠종금증권도 50%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