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금융투자회사 영업행위 규제는 최소화해야"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국민통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ISA가 온 국민이 가입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수단이 되길 기대한다"며 가입대상이 더 확대됐으면 졸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또 ISA가 국민들의 부를 불려주는 국민통장으로 영구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금융업계의 목소리를 국회와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2월에 취임한 황 회장은 금융에 대한 깊은 지식과 각계의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취임한지 7개월여만에 ISA 도입을 비롯해 해외펀드 비과세 등의 세제개편, 퇴직연금 자산운용규제 완화, 사모펀드 활성화법 개정, 금융규제 개혁 등 업계의 숙원들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집무실에서 황 회장을 만나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ISA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하는데.
▶현재 ISA는 가입자격이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로 제한돼 있다. 국민 모두가 가입할 수 있는 국민통장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ISA는 어린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할아버지가 손주 돌을 맞아 100만원짜리 ISA 통장을 만들어주고 나중에 용돈을 조금씩 넣어서 잘 운용해 재산이 불어나면 대학교 갈 때 학자금에도 도움이 된다. ISA에는 온갖 상품이 다 들어가기 때문에 금융교육까지 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생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부자감세 논란 때문에 빠지게 된 점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의 흐름을 형성하는 것은 돈 있는 사람들의 스마트머니다. 이 스마트머니가 ISA에 가입하면 좋은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상품 구성도 더 잘하도록 증권사나 은행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ISA가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된다. 세제혜택 기간이 일본은 10년이고 영국은 영구적인데 우리는 5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세제혜택 기간은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5년 가입하고 20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는데 강력한 매력을 느낄만한 금액은 아니다.
-해외펀드 비과세도 이뤄졌다.
▶해외주식을 직접 사면 양도소득세 22%만 내면 되는데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최대 42%의 세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개별 주식보다는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오히려 펀드 투자가 세제상 불리해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3000만원 한도로 10년간 해외펀드 비과세가 확정됐는데 이런 과세 불평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투자와 해외투자간 과세 형평성이 이뤄지도록 하는게 숙제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 어느 나라나 해외투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해외투자에 대한 세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금융상품 세제 개편에 각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나.
▶세금은 세수를 확보하는 기능도 있지만 국민들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기능도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자산 형성을 독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자본시장이 세제상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주식이야말로 장기투자에서 승부가 나는데 이런 혜택이 없다. 국내 단타 위주의 문화를 장기투자 문화로 바꾸기 위해 주식 관련 상품을 장기 보유할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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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추가로 완화해야 할 규제가 있다면.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도 필요하다. 반면 금융투자회사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는 최소한으로 갖고 가는게 바람직하다. 건전성 규제는 필요하지만 금융투자업계가 스스로 너무 잘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크게 나서지 않아도 된다. 영업행위와 관련해 현재 규제는 허용된 행위를 일일이 열거하는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 방식이라 금융투자회사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다. 규제에 없는 상황이 생기거나 신상품이 개발돼도 법령이 개정되기 전에는 영업을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는 해서는 안 되는 행위만 나열하는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 방식으로 바꾸고 검사와 제재는 원칙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 세세한 룰을 일일이 정해 놓을게 아니라 예를 들어 '담합해서는 안 된다'는 큰 원칙을 정해 놓고 어기면 강하게 제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정부가 이처럼 규제의 틀 자체를 시장 자율성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가려면 금융투자업계 스스로 먼저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자율성을 높여줘도 되겠다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사를 비롯해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에 많이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회사의 경쟁력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나 스위스의 경우 인수·합병(M&A)으로 은행 숫자가 2~3개로 줄고 규모는 커지면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다. 메가뱅크(대형은행)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는 메가뱅크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진다면 메가뱅크나 규모가 작은 은행이나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생변수에 의한 충격도 메가뱅크가 대처하기가 더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외 사업을 할 때도 메가뱅크가 유리하다.
문제는 증권사의 경우 대형화가 은행보다 훨씬 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자본시장은 규모가 작아 자생적으로는 글로벌 수준의 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기 힘들다. 결국 M&A를 해야 하는데 수익구조가 비슷하다 보니 M&A로 인한 시너지가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 국내 증권사들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아시아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베트남, 인도처럼 우리보다 덜 발달된 나라로 가서 현지 증권사 지분을 50~60% 가지고 자회사처럼 만들어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만 국내 증권사들이 실패의 위험 때문에 해외 진출에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방안은 없나.
▶원화국제화가 도움이 될 것이다. 원화국제화란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비거주자간 자유로운 원화 거래를 허용하고 무역과 자본거래에서 원화 사용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원화가 국제화되면 대외부채 등에 대비한 외환 보유 부담이 줄어 대외 충격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6월에 '외환제도 개혁방안‘을 통해 자본거래 자유화하고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외환거래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했는데 이런 식으로 외환업무의 자율성을 높여주면서 단계적으로 원화국제화룰 추진할 필요가 있다.

- 국내 연금시장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아직 자본시장의 역할은 미미해 보인다.
▶기준금리 1%대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부도 적극적으로 연금자산을 운용하도록 제도를 바꾸고 있다. 최근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서 주식투자, 즉 위험자산 편입 한도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돈의 물꼬가 자본시장으로 트이지 않는 것은 증권사들의 영업력이 은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은행은 전국에 네트워크가 있고 인력도 많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지점망과 인력이 적지만 자산가 고객들이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퇴직연금을 유치하고 기업들도 직접 찾아다니며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의 메시지와 제도 개편의 방향은 저금리 시대에 퇴직연금의 투자가 좀더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은 매년 규모가 늘어난다. 금융투자업계가 이 시장을 놓치면 미래가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연금시장이 커지면 자산운용업계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가 자산운용업이라고 생각한다. 연금자산이 늘어나면서 2030년에는 금융투자업계가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434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운용사는 증권사와 달리 M&A의 장점이 충분해 대형화하기도 쉽다. 자산운용사 M&A시 사업부문을 늘리고 관련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운용자산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은 사람에 대한 투자 외에 큰 투자가 필요치 않아 해외에 진출하기도 용이하다. 블랙록은 현재 자산이 4조7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5500조원이 넘어 국민연금의 10배 수준이다. 한국에서도 자산 규모 100조원이 넘는 자산운용사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국 금융계를 대표하는 리더로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최근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는 ‘핀테크’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 중심의 금융업이 IT(정보기술) 기반의 금융업으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환경은 ‘미증유의 길’로 가고 있으며 지금의 격변이 우리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의 획일적 구태에서 벗어나 금융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야성적 본능에 따라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 금융에서도 삼성, 현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나오길 기대한다.
저금리·고령화로 국민의 자산관리 방식도 예금 중심에서 금융투자상품 투자 중심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주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도록 국내에 건전한 투자문화를 확산시킬 것이다. 주식시장으로 투자를 유도해 우리 경제에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