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5공 국보위만도 못 한' 분식 데자뷔

[광화문]'5공 국보위만도 못 한' 분식 데자뷔

배성민 증권부장
2016.07.29 10:15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5공만도 못 하다’ ‘5공식 발상’

주로 정치권에서 쓰이긴 하지만 상대를 비하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12.12쿠데타와 5.17계엄, 체육관 선거로 당선된 전두환 대통령의 5공은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정권의 대명사로 꼽힌다.

물가 안정이나 올림픽 유치, 과외 금지 등 5공의 업적으로 꼽히는 것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모두 덮고도 남을 폭력적인 억압이 워낙 도드라진 탓이다. 하지만 그런 5공의 치적으로 꼽힐 만한 것으로 덜 알려진 것이 한가지 더 있다. 위원으로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안 좋은 딱지가 붙는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를 통해 1980년 12월에 법률안으로 제정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그것이다.

당시 94개의 법률안 중 56개의 경제관련 법률 중 하나였고 언론에 보도된 법률안 설명도 한줄이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회사에 대한 외부감사 의무화’를 통해 기업의 투명한 회계를 이끌어내보자는 법이었고 파급력도 컸다.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시행 초기에는 자본금 5억원, 자산총액 30억원 이상)은 모두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도록 됨에 따라 기업에는 적어도 회계에 관해서는 시어머니가 생긴 셈이었다. 분식 등 범죄의 유혹을 억눌러야 할 유인도 있었다.

하지만 법률 제정과 더불어 회계사(또는 회계법인)의 질적 경쟁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자유수임제(기업이 감사를 맡는 회계법인을 선택)가 함께 도입됐다. 기업들은 질 좋은 회계감사보다 값싼 감사, 입맛에 맞는 감사를 찾게 됐다. 물론 그 배경에는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대형 회계법인들이 감사 일감을 더 많이 따낼 수 있다는 욕심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80년대에 대거 나타났던 건설사 분식은 자유수임제의 그늘이었다는게 당시부터 활동했던 회계업계 원로들의 설명이다. 보완조치가 필요했다.

‘정부는 부실감사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회계감사법인을 자유로이 선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자유수임 제도를 개선.보완키로 했다’(1989년 5월22일자, 동아일보)

당시 한 신문의 보도다. 정부는 재무부였는데 재무부를 금융위원회로 바꾸면 2016년 현재의 상황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올해 상반기 경제계를 뒤흔든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과 빅3 조선사의 부실 사태였다. 대우조선의 분식을 밝혀내지 못 한 회계사들과 회계법인은 경제위기의 공범으로까지 비쳤다.

자성에 나선 회계법인들과 관련 단체인 공인회계사회는 자유수임제 폐지와 회계감사 과정에서의 기술 전문인력 참여 등을 해법으로 제시해 놓은 상태다. 30여년째 바뀌지 않는 관행에 또 도전하는 것이지만 무기력함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기도 하다.

80년대부터 정부 주변에서는 ‘국보위에서 졸속 입법된 외감법이 부실감사 제재수단 미비 등 허점이 많은데다 자유수임제로 인해 기업과 회계법인이 분식 등 부실 감사를 해 왔다’는 현실 진단은 늘 있어왔다. 못 고쳤는지 안 고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기력감만이 지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80년대 후반의 건설사 분식사태에 이어 10여년이 지난 90년대 후반 국민경제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끼친 대우그룹 부도사태라는 분식의 그늘이 또 나타났다. 그뒤로도 1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IMF외환위기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상징되는 금융위기를 겪었는데도 조선사 분식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기업분식과 회계법인의 ‘깜깜이 감사’를 근절한 만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5공만도 못 하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졸속입법이라지만 외감법을 만든 국보위에게 한수 배워야 할지 모른다면 경제민주화든 창조경제든 뜻없이 외치는 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배성민 논설위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배성민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