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무차입 공매도…증권업계 '쉬쉬' 해왔나

[MT리포트]무차입 공매도…증권업계 '쉬쉬' 해왔나

반준환, 이태성 기자
2018.04.08 17:23

[삼성證 112조 유령주사태]③무차입 공매도로 대형사고 터지려다 묻힌 사건도 상당해

[편집자주] 배당금 대신 112조원규모의 주식을 배당한 사상 초유의 '유령주식 배당사태'. 착오로 배당된 300억원대의 주식을 시장가로 내다팔아 주가폭락 방아쇠를 당긴 이 회사 직원은 투자자들의 가이드가 돼야 할 애널리스트로 확인됐다. 고객 돈을 다루는 증권사 직원의 도덕적 해이와, 어처구니 없는 배당사고를 걸러내지 못한 거래시스템, 개인투자자의 불신을 사고 있는 공매도제도에 이르기까지 우리 증시의 후진성을 드러낸 이번 사건의 전모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삼성증권(106,800원 ▼4,300 -3.87%)유령배당 사태로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 논란이 뜨거워졌다. 현행 법규상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는 허용되지만 무차입 공매도는 증권사 면허취소까지 갈 정도로 엄격히 금지됐다.

증권사들은 무차입 공매도가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고 주장하나 이번 사태로 허점이 드러났다. 비공식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묵인했거나 '쉬쉬'했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금감원은 업계실태를 재점검할 예정인데 셀트리온 등 '공매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투자자들은 '공매도 전면폐지'를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공매도 금지, 청와대 청원 13만명 넘어= "삼성증권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8일 13만명을 넘겼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하는 매도주문을 말한다. 공매도에는 미리 물건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차입 공매도와 그렇지 않은 무차입 공매도가 있다.

예컨대 수일 내에 들어올 유상증자 주식을 담보로 미리 주식을 파는 것은 차입 공매도다. 다른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물량을 빌려 주식을 판 후, 다시 주식을 사들여 갚는 방식도 이에 해당한다.

반면 무차입 공매도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거래가 이뤄져 사고 가능성이 높다. 2001년 상장기업 A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작전 세력이 A사 주식을 100만주 가량 공매도해 주가를 폭락시킨 후 저가에 이를 환매수(숏 커버링)해 차익을 거두려고 한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잠시 주가가 급락했으나 상황을 파악한 회사와 기관투자자들이 방어에 나섰다.

이들의 매수주문이 유입되며 당일 A사 주가는 오히려 상한가로 마감했다. 사태를 파악한 세력이 주식을 다시 사들이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상한가 매수 주문만 2000만주가 넘게 쌓이자 매물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세력은 결국 이날 회사와 기관투자자를 찾아다니며 용서를 빌었고, 10억원의 별도 수익사업을 약속하고서야 A사 주식을 받아올 수 있었다. 당시 공매도 거래는 증권사 내부에서 조용히 덮었고, 이 거래에 참여했던 직원은 현재 증권사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외국인 기관투자자자 공매도 폭탄에 휘청였던 기업들= 삼성증권은 2012년에도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의 무차입 공매도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지적받아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 있다. 삼성증권과 함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도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

이처럼 그간 증권사에는 법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공매도 폭탄에 피해를 입었던 개인 투자자들은 이참에 공매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셀트리온 주주라 밝힌 최윤석씨(44세)는 "간단한 전산조작만으로도 없는 주식을 만들어서 시장에 팔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삼성증권은 외부에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간 알게 모르게 이뤄진 거래가 많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권사들은 현재도 무차입 공매도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삼성증권 사태 때문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한 증권사 임원은 "삼성증권의 경우 거래 내용만 놓고 보면 공매도는 아니고 전산오류"라면서도 "그러나 성격만 보면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한 흐름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공매도는 아니지만…업계서도 의문= 또 다른 증권사 임원은 "우리는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한 적이 없고, 차입 공매도도 결제업무팀과 매매팀의 크로스 체크를 거친다"며 "삼성증권에서도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공매도가 이뤄지면 주식을 빌려주는 투자계정과 빌려가는 위탁계정에 동시 카운팅이 되고, 차입사실이 확인된 이후에야 주문 창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증권 사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을 담당하는 팀에 전산입력과 관련한 전권을 줬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으로 추정했다. 보통은 인사·총무팀에서 우리사주 조합업무를 처리하고, 이를 재무·회계팀에서 승인한 후에 주식이나 자금이 집행된다.

반면 삼성증권은 총무팀 한 곳에서 기안과 실무, 결재, 집행까지 한번에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주식배당은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치며 오류가 잡히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가동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주식배당은 '상장사 주식배당 요청→예탁원 명의개서→배당주 지급→고객계좌로 전산입고'의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성증권이 예탁원을 거치치 않고 직접 직원들의 계좌에 전산을 입력했다. 담당 직원의 클릭 한 번으로 상황이 마무리됐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반준환 기자

2022 코넥스협회 감사패 수상

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