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의 탈출구]상장사協 '사외이사 직무수행 규준' 2000년 제정…기대 효과 미미 지적에 2007년 개정

회사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외이사에게 책임을 물은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거수기' 역할만 해왔던 사외이사에게 책임을 실제로 지웠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도 이례적이라고 평가받는데, 관련 규정은 이미 오래전에 마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상장사의 '사외이사 직무수행규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규준은 상법에 근거, 2000년 제정되고 2007년 개정됐는데 상장협은 "운영적인 측면에서는도입 당시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돼 규준을 개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직무수행규준 2장 5조는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소홀히 해 회사에 손해를 초래한 때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외이사도 동일하다.
상장협은 주석을 통해 "사외이사는 상근이사와 달리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제약이 있고, 업무수행에 기여할 수 있는 시간에도 제약이 있으므로 회사에 대한 책임을 부담함에 있어서는 상근이사에 비해 책임을 경감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사외이사의 책임을 상근이사의 책임과 구별하여 경감할 근거가 없으므로 상근이사와 동일한 책임을 지는 것을 전제로 해 업무수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준은 사외이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를 소홀히 했을 때, 손해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찬성 혹은 반대 의결권 행사를 통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을 때 등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다만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업무를 결정또는 집행한 때에는 그로 인해 생긴 회사의 손해에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2년 태백시가 출자해 건설했던 오투리조트가 경영난이 심해지자 태백시가 강원랜드에 오투리조트의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발생했다. 지역사회에서도 강원랜드의 회생자금 지원 여론이 형성됐고 강원랜드 이사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이후 강원랜드는 지원을 결정한 전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기부함으로써 강원랜드에 15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2014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사외이사가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있는 경우 보험사가 배상 책임을 대신 질 수 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임원의 자유로운 경영활동 보장과 과도한 법적 책임을 덜어주기 위한 보험으로 기업의 임원이 임원의 자격으로 업무 수행 중 의무위반, 과실 등 부당행위로 인해 주주 및 제3자에게 입힌 경제적 손해에 대한 법률상 배상책임을 보상하는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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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상범위는 소송 시 확정된 손해배상금 또는 소송 전 합의 시 합의 비용, 법적 대응에 필요한 변호사 비용이나 소송비용 등 모든 제반 비용이다. 다만 형사소송 결과에 따른 벌금이나 과태료 등은 보상하지 않는다.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사건이 임원배상책임보험 사용의 대표적 사례다. 2015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당시 인수 실무자였던 전우식 전 전략사업실장과 공모해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지분 부풀리기로 인수하면서 회사에 159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포스코는 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변호사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지원했고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정 전 회장 등에게 지급했던 변호사 비용 등을 임원배상책임보험금 청구로 해결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