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홍콩 프리미엄? 미국 팔고 홍콩 산 개미들

알리바바 홍콩 프리미엄? 미국 팔고 홍콩 산 개미들

김사무엘 기자
2019.12.24 05:55

韓, 홍콩 알리바바 '순매수 1위' 미국 알리바바는 '팔자'…거래 편의성+차익거래 기대

#직장인 김모씨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주식에 투자해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그런데 최근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에도 상장했다는 얘기를 듣고 미국 알리바바를 모두 판 뒤 홍콩 알리바바를 새로 매수했다. 홍콩은 한국과 거래 시간이 같아 밤 늦게까지 미국 증시를 살펴볼 일도 없고, 무엇보다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가 홍콩에서 더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미국 알리바바에서 홍콩 알리바바로 갈아타는 한국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거래의 편리성뿐 아니라 홍콩 증시로의 자금 유입 가능성이나 중국 기업 프리미엄 등이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두 시장 간 주가 차이가 거의 없어 '아비트리지'(arbitrage·차익거래)를 노리는 투자자들은 기대보다 실익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에 상장한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약 한달 간 한국 투자자는 홍콩 알리바바 주식 1344만 달러(15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한국 투자자가 매수 한 홍콩 주식 중 가장 많은 규모다.

반면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알리바바 주식은 같은 기간 2194만 달러(25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미국 주식 중 2번째로 많은 순매도 금액이다.

거래 시장이 다를 뿐 똑같은 기업인데도 한국 투자자들은 홍콩에 상장한 알리바바를 더 선호한 셈이다. 알리바바는 글로벌 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달 26일 홍콩 증시에 5억주를 신규 발행하면서 약 13조원 가량을 투자받았다. 2007년 홍콩에 상장했다 금융위기로 2012년 상장폐지된 알리바바는 7년여만에 홍콩 재상장에 성공하며 금의환향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홍콩 알리바바에 몰린 것은 신규 상장효과(신규 상장 주식이 시장의 관심을 받으며 주가가 오르는 것)를 노린 수요도 있지만 무엇보다 거래의 편의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개장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밤10시30분~오전5시(12~2월에는 밤11시30분~오전6시)인데 반해 홍콩 개장 시간은 오전10시30분~오후5시(오후1시~2시 휴장)로 한국과 비슷하다. 미국 알리바바에 투자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장을 챙겨봐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것이다.

홍콩 증시로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패시브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는 점도 투자 유인으로 꼽힌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선 한국과 홍콩의 거래 시간이 비슷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알리바바의 상장으로 홍콩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패시브 자금에서 홍콩 비중을 늘리는 리밸런싱(비중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가 아무래도 미국보다는 홍콩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동일한 상품이어도 거래 시장이 다르면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노린 '아비트리지' 투자 전략이다.

실제 알리바바의 홍콩 상장 초기에는 미국 주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알리바바 홍콩 주식의 공모가는 176홍콩달러로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22.5달러다. 지난달 25일 기준 미국 알리바바 주가는 190.45달러인데, 8분의1 액면분할을 고려한 가격은 23.8달러로 홍콩 공모가가 5.5% 더 저렴했다.

홍콩 알리바바는 홍콩 사태로 인한 헥시트(HK+Exit·홍콩 시장에서의 자본 유출) 우려에도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종가는 208.4홍콩달러로 공모가 대비 18.4% 상승했다.

하지만 거래 시장이 다르더라도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같기 때문에 아비트리지 전략의 실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콩 상장 이후 미국과 홍콩에서 알리바바 주가가 같이 움직이면서 현재 주가 차이는 1%이내로 좁혀졌다.

거래 단위가 다른 홍콩 시장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 주식은 종목마다 거래 단위가 다른데 알리바바의 경우 100주 단위로 거래해야 한다. 최소 투자금액이 우리 돈으로 300만원 이상이다. 이후 주식 배당으로 100주 미만 주식이 떨어지면 이를 팔때는 온라인으로 팔 수 없고, 증권사를 통해 수기 주문을 넣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해외주식 거래에서 증권사를 통한 수수료는 0.5%로 온라인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홍콩의 알리바바는 기본적으로 같은 주식이기 때문에 차이는 없다"며 "이커머스와 클라우드 등 기존 사업의 고성장이 이어지면서 알리바바 주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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