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막오른 오일 전쟁
4년 전과 달랐다. 러시아가 감산을 반대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치킨 게임'으로 응수했다. 석유 최강국 사우디의 증산 선언에 유가가 폭락하면서 그 여파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관련 없는 미국을 향하고 있다.

9일 미국 뉴욕증시는 7%대 추락했다. 석유기업들이 특히 크게 하락했는데, 하루 50% 넘게 폭락한 회사도 있다. 이날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24.6% 급락한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이 정도 가격(31달러)에서는 셰일 업체 5개만 견딜 수 있다"는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100여개 업체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을 이루고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라섰다.(현재 하루 1300만배럴) '셰일오일'은 셰일 암석층에 있는 원유로, 이를 얻기 위해선 'ㄴ'자로 시추관을 꺾고 암석을 깨는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셰일업체를 향해 비관론이 나오는 큰 이유는 원가 때문이다. 이들의 손익분기점은 대략 40달러대 초반. 지금 가격에서는 시추를 하면 손해다. 가격 전쟁을 선언한 사우디의 국영기업 아람코는 생산 원가가 2.8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셰일업체들은 당연한 수순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백은 이날 유정 완성을 하는 팀을 9개에서 6개로 줄였다. 파슬리도 굴착장비 3개를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감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유가 추락 이전 이미 10개 넘는 셰일기업들은 상당한 부채 문제를 안고 있었다. 지난해 미국에선 전체 석유업체 중 42개가 파산했는데, 이들의 부채 규모는 260억달러로 2018년의 2배였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지역 에너지개발업체들이 2024년 이전 860억달러의 빚을 감당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이들 업체에 대한 투자수요가 줄어 채무 감당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셰일업체 화이팅석유(Whiting Petroleum)는 이날 내년 만기 채권이 18센트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엔 100센트 수준이었다. 이 회사는 올해와 내년 만기 부채가 10억달러(1조2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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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언론 알자지라는 투자은행 칼 막스의 브록 허드슨 어드바이저를 인용해 "이번엔 4년 전과 달리 미국 셰일업체들에 투자자들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유가는 한때 20달러대로 떨어졌고, 이후 OPEC와 러시아는 감산에 합의한 일이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미국 셰일업체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감산으로 인한 이득은 이들이 보게 됐다.
하지만 이번엔 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데다 셰일업체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억만장자 투자가 존 아널드는 WSJ에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없어 업계가 얼어붙은 것 같다"고 말했으며, 석유업체 '파이오니어 내츄럴 리소스'의 스콧 셰필드 대표는 "2년 안에 셰일업체 절반은 파산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