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채권 '바이 코리아'] ①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채권 보유잔액은 140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국내 채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한 달 새 7조원 이상 밀려든 것이다.
올해 1월 외국인은 국내 채권에 대해 순투자로 전환 후 지난달에도 순투자세를 유지했다. 주식시장에서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팔자' 기조와 달리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강력한 '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시장을 주목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무는 "우리나라 국가 장기 신용등급(AA·더블에이)은 사실 선진국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며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자국통화(원화)를 쓰면서 신용등급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금리 역시 한국의 정책금리나 장기 금리 수준이 AA등급 국가 중 가장 높다고 봐야 한다"며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의 부채상환능력이나 재정 상황, 기존 부채 수준 등을 감안할 때 투자 매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고채 시장은 주로 내국인 투자자들이 중심이었다. 특히 외환위기 이전까지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회사채 등 일부 채권에만 허용됐고 국고채에 대한 투자는 허용조차 되지 않았다.
1997년 12월 한국정부가 외국인에게 국고채를 포함한 채권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했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유통시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던 탓에 외국인 참여는 부진했다. 2006년까지 외국인 국고채보유 비중은 2% 미만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회복한 한국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채권시장 참여가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국고채 보유잔액은 98조3000원으로 2006년말 4조2000원 대비 23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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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국가도 2007년 27개국에서 2019년 47개국으로 늘었고 투자종목 또한 3년물 위주에서 10년물 이상의 중장기채로 점차 확대되는 중이다. 이는 한국의 양호한 재정 건정성과 우수한 신용등급이 높게 평가되면서 한국의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발간한 '국채백서 2019'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74조원이었던 수치가 2016년 잠시 주춤한 이후 매년 9조원 넘게 올랐다. 특히 2012년 57조1000억원이었던 국고채 잔액은 지난해 98조3000억원까지 치솟으며 한국의 높아진 대외신인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투자자별로는 중장기투자자인 외국 중앙은행의 보유잔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0년 말엔 외국인 전체 보유채권의 20% 수준이었지만 2013년 11월말 40%를 돌파했고 지난해 말에는 48.8%를 기록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주체를 지키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의 평균 잔존 만기도 장기화 되는 추세다. 지난해 들어 중장기 국고채로의 유입이 강화되면서 보유채권 평균 잔존 만기는 4.46년으로 증가했다. 국고채로만 보면 평균 만기는 5.37년이다. 다만 올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자 1년 미만 단기채 비중이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코로나19로 상당기간 경제가 멈춰있을 때도 현금흐름이 충분하고 회복세가 나타날 때까지 생존할 수 있느냐 여부를 판단해 투자한다"며 "한국채권에 돈이 몰린다는 것은 그런 걱정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