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모펀드 부실 "실사는 너도나도, 책임은 나몰라라"

해외 사모펀드 부실 "실사는 너도나도, 책임은 나몰라라"

김소연 기자, 조준영 기자
2020.05.19 15:13

[MT리포트]'시한폭탄' 위기의 해외 사모펀드②

[편집자주] 저금리 시대에도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해외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선풍적인 인기에 앞다퉈 출시된 해외 사모펀드들은 최근 잇따라 기초자산 부실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외 사모펀드가 고위험 상품으로 전락하게 된 구조적 원인과 그에 대한 대책을 모색해본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회사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를 배상할 것을 촉구했다. 2019.10.1/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회사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를 배상할 것을 촉구했다. 2019.10.1/뉴스1

기초자산 부실화로 환매가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해외 사모펀드들의 핵심 문제점으로는 '부실 실사'가 꼽힌다.

앞서 문제가 된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투자운용사인 미국 IIG가 폰지사기로 소송이 걸린 상태에서 펀드가 판매됐고, 독일 헤리티지 DLS(파생결합증권)는 투자자산을 보유한 독일 시행사가 개발 인허가를 제대로 받지 않은데다, 회사 신용도도 낮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 실사 눈총을 받고 있다.

기초자산이 해외에 있는 만큼 판매사나 운용사 모두 투자자들을 대신해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만, 실사 부실에 대한 책임은 서로 미루면서 더 큰 문제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제재규정이 명확치 않은 것은 문제다.

◇딜 소싱은 판매사가, 책임은 운용사가

해외 사모펀드들은 대개 '딜 소싱→현지 실사→펀드 설정→고객 판매'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딜 소싱(투자처 발굴)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대체로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다. 상품에 대한 투자자 니즈를 파악하기 쉽고, 해외 네트워크 기반도 단단해서다. 투자자가 선호하는 자산, 수익률의 상품을 해외 브로커 등을 통해 물색해 딜을 소싱하고 운용사와 판매사 모두 실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만든 펀드에 대한 책임은 운용사가 진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판매사가 딜 소싱을 하고, 해외 실사 여력도 있지만 실사 부실에 대한 책임은 없으니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성이 적어진다. 운용사의 경우 반대로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책임이 있지만, 역량이 떨어진다. 이렇다보니 판매사가 해외 리서치 역량이 없는 중소형운용사를 이용해 OEM(주문자생산)펀드를 만들고, 운용사들도 이를 계기로 몸집을 불린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최근 사고가 터진 사모펀드들의 운용사는 라임자산운용, JB자산운용, 브이아이자산운용,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으로 설립된지 5년 미만이거나 AUM(운용자산) 규모가 적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와 호주부동산펀드에 모두 관련된 JB자산운용은 AUM이 2014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원 이상으로 급격하게 늘기도 했다.

판매사는 해외 실사를 직원 보상차원의 해외 출장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펀드 만들 때 딜 소싱 부서 외에 상품판매, 마케팅, 준법감시인 등까지 우르르 실사에 따라간다"며 "해외 펀드는 수수료가 높아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이 있어 너도나도 해외실사에 같이 껴서 관광하거나 골프를 치고 오는 일이 허다하다"고 전했다.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OEM 규제 강화했지만, 시행은 아직

문제는 이렇게 무책임하게 출시된 해외 사모펀드에 부실이 생겨도 운용사만 제재할 뿐, 판매사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독일 DLF(파생결합펀드),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을 계기로 운용사와 판매사에 대한 책임 모두를 강화했다. 특히 OEM 펀드와 관련해서는 판매사에 대한 제재 근거도 신설하고, OEM 판단기준도 구체화했다. 고객 수요나 시장 상황, 판매동향 등의 일반적 정보 교류가 아닌 행위는 모두 운용지시로 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운용사가 아무리 소규모여도 투자대상 결정이나 처분매매 방법에 대해 제3자의 의견을 따르면 OEM이고 운용지시 위반이라고 명시했다"며 "펀드 설정시에도 판매사가 운용대상을 결정했다는 사실관계가 입증되면 OEM 규정 위반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시행령 개정이 안돼 적용되지 않고 있다. 시행령이 개정되더라도 소급적용되지는 않는다.

여의도 증권가 / 사진=머니S
여의도 증권가 / 사진=머니S

업계 "판매사 책임 강화방안 필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OEM 규정이 강화되더라도 해외 부실실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태가 미봉책에 그칠까 우려한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식하고 대체투자펀드 설정시 해외 실사나 사후관리 책임 등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별자산펀드 업무처리 모범규준'을 만들고 있지만, 판매사는 해당이 안된다. 따라서 판매사 측에 해외 실사나, 자산의 질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의 대책이 요구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증권사들은 초대형 IB로 거듭나면서 해외투자 역량이 커져 딜소싱을 많이 하는데, 이를 펀드로 만들어 셀다운하면 책임이 끝나는 구조"라며 "운용사처럼 선관주의 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판매사들도 해외 실사나 상품 기초자산의 질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소싱해온 딜을 전부 재매각하지 못하게 일부 지분을 남겨 놓거나, 펀드를 사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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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증권부 김소연입니다.

조준영 기자

안녕하세요. 기획실 조준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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