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세모 씨(서울 36) 는 지난 20일 처음 가상화폐(코인)를 사기 위해 업비트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았다. 직장 동료들이 하루종일 떠들던 '도지코인'을 사기 위해서다.
평소 주식거래를 즐겨 하던 김 씨였기에 코인거래소 앱이 낯설지 않았다. 다만 개별 종목이 뭔지, 왜 오르는지, 어떤 건 왜 10원이고 다른 건 100만원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김 씨가 100만원어치 산 '도지코인' 은 이날 23% 하락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90원에서 500원까지 올랐다고 '난리난' 그 코인이었다.
#급증한 코인개미_공매도 없는 세상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을 시작한 '주린이(주식 어린이)'가 올해 '코린이(코인 어린이)' 가 된걸까.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주식시장은 1월말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우상향만 경험하던 이들에겐 따분한, 이해할 수 없는 장이었다.
그즈음 비트코인이 4만달러(4400만원)를 터치하며 전고점을 넘어섰다. '돈' 냄새를 빠르게 맡는 여의도 증권가에선 가장 저렴한 '알트코인 아무거나 사놓으면 최소 10배 이상은 먹는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시기 정부가 예고했던 공매도 재개(당초 3월24일) 논쟁이 펼쳐졌다. 동학 개미의 걱정은 어느 때보다 컸다. 주식시장에 '한 발 늦게' 들어와 만족스러운 수익을 거두지 못한 이들은 두려움이었다. 이 때 파고든 게 '코인 대박' 소식이다.
실제 많은 '개미'들이 돈을 들고 코인시장으로 떠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가상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신규 가입자는 모두 249만5289명에 달한다. 이 시기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입금한 예치금 규모도 1월 말 기준 2516억6000만원에서 3월 말 5675억30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비트코인 상승 주기와 함께한 주식예탁금 변동
공교롭게도 이 시기 주식시장 투자자예탁금은 감소했다. 1월초 코스피지수가 3200을 돌파할 때까지만 해도 자금이 몰리며 70조원을 돌파했던 예탁금은 3월 한때 56조원대까지 감소했다.
예탁금이 57조원을 찍던 즈음 비트코인은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3월6일 5622만원대(업비트 기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다음날부터 7일 연속 올라 7000만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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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달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장중 5600만원선을 터치하는 등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알트코인들도 줄줄이 40%넘게 폭락했다. 2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9조원까지 회복한 상태다.

종목을 '상장'하고 예치금으로 '거래소'에서 매수하거나 매도한다는 점에서 처음엔 주식과 코인이 비슷해보일 수 있다.
국내 시장만 비교해보자면 주식시장 참여 계좌는 4064만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주주 수는 약 914만명으로 추산된다. 반면 가상화폐 계좌는 4대 거래소 합산 511만명, 거래소 평균 120만명이다.
주식시장은 기업공개(IPO)를 거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558개 종목이 거래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제한된 시간 내에 거래해야 하며 하루 상승 또는 하락폭도 30%로 정해져있다.
반면 코인시장은 말 그대로 무제한이다. 1년 365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상한가나 하한가도 없어서 하루에 2000% 상승과 -95% 하락 사례가 나올 수 있다. 하루에 50~200% 상승하는 현상을 은어로 '펌핑' 이라고 한다. 1000~3000만원씩 알트코인에 분산해놓고 차례대로 '펌핑'이 오면 "돈복사 했다"는 표현을 쓴다.
이들 알트코인은 가상화폐공개(ICO) 절차를 통해 거래소에서 매매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ICO가 불법이다. 해외에서 ICO를 한 종목 매매만 가능하다. 코인은 회사 소개와 공시를 '트위터'로 한다. 트위터가 없는 코인도 많다.
코인을 제재할 제대로된 법이나 기관이 없다보니 '먹튀' 도 많이 나타난다. 4대 거래소 기준 2020년 코인 상장폐지율은 22%이다. 4대 거래소에 상장된 573개(중복포함) 종목 가운데 126개 종목이 사라졌는 의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평균 코스피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원 수준이다. 코인거래소는 일평균 평균 7조~8조, 가장 많았던 때는 22조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인거래소의 경우 자전거래가 많아 정확한 거래대금규모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주식은 발행수가 한정돼있지만 코인은 '채굴' 이라는 기술을 통해 무한히 발행되고 거래된다. 일부 코인은 수를 제한하거나 '반감기'라고 해서 절반을 소각해 희소성을 홍보한다. 일부는 무제한 채굴이 콘셉트다. 비트코인만 해도 그 수가 '2100만' 개고 소수점 아래 8자리까지 거래가 가능하다고 보면 사실상 2100조에 달한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22. photo@newsis.com](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1/04/2021042618113779668_3.jpg)
"암호화폐 관련 노코멘트입니다."
금융당국이 일단 암호화폐 관련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지난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 이후 더 조심스럽다. "9월에 가상화폐거래소가 폐지될 수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까지 보호할 수 없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다" 등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진 때문이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집행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당국이 마치 암호화폐(코인) 주무부처로 인식되는 것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줄곧 암호화폐가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닌만큼 금융위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거리두기를 해왔다. 은 위원장이 국회에서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은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가상자산 들어간 분들까지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선 생각이 다르다"고 한 이유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개별 암호화폐를 당국이 일일이 관리하는게 아니다. 거래소만 불법 자금유통이나 투자자 피해방지장치 등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특금법에 따라 사업자가 정부에 신고하도록 한 시한이 9월24일이다. 그 전까지 금융위가 움직이는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메시지 정정에 나섰다. 정부여당이 암호화폐 자체를 배격하는 게 아니라 '금융' 당국의 한정된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단순한 코인 문제가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도 고려해야 하는만큼 금융위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들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5일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암호화폐의 불법행위로 인한 투자자 피해 발생은 관리·예방하고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가상자산 규범에 대한 논의를 주변 및 G7 국가들과 면밀히 검토하고 공동입장을 만드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만의 문제가 아니기때문에 우리 정부차원의 규제와 관리, 보호대책을 수립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글로벌 규범 형성 흐름을 함께 하면서 필요한 투자자 보호책을 같이 만들어가자는 원칙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지난 3월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에 관한 조항을 포함한 '혁신 장벽 철폐법'(H.R. 1602)을 의결했다. 법 안의 '디지털자산혁신법(digital asset innovation act)' 에 따라 법이 의결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금융당국 대표들이 포함된 디지털자산 워킹그룹(태스크포스)을 설치해 규제 당국과 민간 부문 간의 협력 방안을 구상한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직원들의 암호화폐 투자 단속에 나섰다. 금융혁신과 등 암호화폐 정책과 관련 있는 부서 직원은 투자여부를 보고한다. 암호화폐를 직접 다루지 않는 부서 직원도 거래를 자제해달라고 공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