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의 옛 것이 꼭 먼 과거사일 필요는 없다. 불과 1년여 전의 경험이나 교훈일지라도 단순히 기억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혜를 얻는다면 논어(論語)에 나온 공자의 철학을 이해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을 지배했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새정부 자본시장 활성화 구호인 코스피 5000을 생각해 본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를 나타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주도 증시부양 정책 방향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에는 차이가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우리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면 코스피 5000은 새정부 출범과 함께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목표지향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 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 스스로 변화를 이끌도록 하는 중장기 전략의 성격도 짙다.
코스피 5000 구호는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증시에 자금이 유입되게 하고 우리 경제 체격에 맞게 지수를 현실화하는 게 주요 목표다. 세제 개편과 규제 완화, 불공정거래 규제 등 강력한 정부 의지를 시장에 전파해 분위기를 띄우는 단기 드라이브의 성격도 지닌다.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이 시장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것은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의 정책방향이라고 해서 근원적 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공통 해결 과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풀기 위해선 두 정책의 방향성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정책은 상호보완적이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 비효율적 자산 운용 등 우리 기업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코스피가 5000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장기적 과제다.
시장의 신뢰는 정책 일관성으로부터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정책이 폐기되는 전례가 반복됐고 이는 우리 주식시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페널티를 안겼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 정책의 연속성과 구조 개선은 시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다.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시적 정책을 믿고 큰 돈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은 입장 바꿔 생각해도 상식이다. 우리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해외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되려면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정책 일관성은 동시에 담보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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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코스피 5000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기업 가치를 본질적으로 높이는 시도 없이는 어떤 지수 목표도 긴 호흡을 이어갈 수 없다. 새 정부의 야심 찬 구호인 코스피 5000이 현실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경험이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교훈과 지혜로 계승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