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책임없는 유한책임회사]⑤

유한책임회사에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논의에 진척이 없는 배경엔 당초 도입 취지인 초기 스타트업, 벤처기업, 사모펀드 등 새로운 형태의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발의된 유한책임회사의 외부감사 의무화 관련 법안은 2건이다. 지난해 11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올해 4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로 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법 조항에서 기존의 '주식회사 및 유한회사'를 '주식회사,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해 외국계 유한책임회사들도 외부감사 의무를 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유한책임회사는 각 사원이 자신이 출자한 투자액을 한도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고 법적인 책임도 부담하는 구조다. 주식회사와 달리 최저자본금 제도가 없고 이사·감사 등을 둘 필요가 없다. 빠른 의사결정, 탄력적인 지배구조로 기업 유연성·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 사모펀드 등 기존의 법적 규제로는 성장과 기업 운영이 어려운 기업들이 주식회사나 유한회사보다 간편하고 편리하게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2011년 도입됐다.

유한책임회사에 대해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면 자칫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투자위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 기업들에는 외감 비용이 별로 부담이 되지 않더라도 초기 벤처 기업들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스타트업은 규제·감독하에서 사업을 키울 수 없는 구조인데 외감을 일률적으로 받게 된다면 오히려 성장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회사의 형태와 관계없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영국, 독일, 싱가폴, 호주 등 해외 주요국은 회사형태와 무관하게 회사규모에 따라 외부감사를 판단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식회사와 유한회사에 한해서만 회사규모에 따라 외부감사 의무가 있다.
정 교수는 "일률적으로 벤처, 사모펀드까지 외부감사를 확대하게 되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외부감사법의 법적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기업들에게 정교한 법을 적용할 수 있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부감사의 목적이 이해관계자 사이 비대칭적인 정보로 피해를 보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지만 모든 사모펀드로 외부감사를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사모펀드는 이해관계자가 전문투자자로 구성돼있는데 이들은 외부감사나 공시 의무 없이도 내부적으로 전문투자자들에게 알아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간 정보 비대칭성은 대부분 해소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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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행정적인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가령 감독 기관이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조직 변경한 기업들을 따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방식이다. 외부감사 대상이던 기업이 감사받지 않게 되므로 외부감사 회피에 대한 사후적 제재가 가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