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이언 킴 대표가 원래 오늘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안 계신 이유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불러서 갔겠죠"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개최된 '2026 HLB 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이지환 HLB그룹 상무는 베리스모 테라퓨틱스(이하 베리스모)의 기술이전(LO)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특정 기업명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브라이언 킴 대표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미팅을 위해 미국 현지에 체류 중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 상무는 "지난해 겨울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했을 때부터 빅파마의 관심이 있었다"며 "이번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인체 데이터가 공개되자 '진짜 사람 몸에서도 워킹하느냐'를 확인하려는 실질적 검토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단계는 초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협의 수준임을 덧붙였다.
이날 포럼의 핵심은 베리스모 공동창업자인 도널드 시걸 교수와 로라 존슨 CSO(최고과학책임자)가 직접 공개한 고형암 CAR-T 치료제 'SynKIR-110' 임상 1상(STAR-101)의 중간 결과였다.
현재 전체 암의 90%를 차지하는 고형암 분야에서 FDA 승인을 받은 CAR-T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기존 단일 사슬 구조의 CAR-T가 고형암에서 독성 및 오프타깃 문제로 잇따라 실패하며 다수 경쟁사가 개발을 중단했다. 이 상무는 "경쟁사들이 독성 문제로 사망 사례가 발생했던 농도에서도 베리스모는 부작용 없이 다음 용량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메소텔린 양성 고형암 환자 9명을 대상으로 한 치료에서 9명 전원 용량 제한 독성(DLT)이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CAR-T의 치명적 부작용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은 1등급조차 발생하지 않았으며, 신경독성(ICANS) 역시 보고되지 않았다. 효능 면에서도 고용량군에서 종양 크기가 현저히 감소하며 질병 조절률(DCR) 56%를 기록했다. 현재 최대허용용량(MTD)에 도달하지 않아 추가적인 용량 증량의 여력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로라 존슨 CSO는 이 데이터의 의미를 '시장 확장성'으로 설명했다. 현재 승인된 7개의 CAR-T 치료제는 심각한 독성 탓에 다른 치료가 모두 실패한 뒤에야 쓰는 '3차 이상 후선 치료'에 묶여 있다. 그는 "독성 우려가 없다면 기존 치료 실패 환자를 넘어 1차 치료까지 진입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1차 치료제로 격상될 경우 투여 대상 환자군은 현재보다 수십 배 확대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장 확장성이 빅파마들이 베리스모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핵심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별도로 공개된 혈액암 프로그램(SynKIR-310)에서도 5명 중 4명이 반응을 보였고, 첫 환자인 70세 여포성 림프종 남성은 완전 반응(CR) 후 6개월 이상 유지 중이다. 역시 CRS는 1등급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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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스모의 기술적 뿌리는 CAR-T의 성지인 펜실베이니아대학교(UPenn)에 있다. 세계 최초 CAR-T '킴리아' 개발을 주도했던 마이클 밀른 박사가 플랫폼을 설계했고, 로라 존슨 CSO 역시 킴리아 팀 출신이다. 'CAR-T의 아버지' 칼 준 교수는 창업 초기부터 어드바이저로 참여해 임상을 돕고 있다.
기존 기술과의 차별점은 자연살해(NK)세포의 수용체인 KIR에 기반한 '멀티체인' 구조에 있다. 기존 CAR-T는 단일 사슬 구조 탓에 암세포가 없어도 T세포가 에너지를 소진하는 '토닉 시그널링' 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베리스모의 KIR-CAR는 항원 인식 체인(KIR2DS2)과 신호 전달 체인(DAP12)이 분리돼 있다가 종양을 만났을 때만 결합·활성화되는 '내추럴 온·오프 스위치'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T세포 탈진을 구조적으로 억제하고 안전성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임상 분석에서도 기존 CAR-T가 시간이 지나며 효과를 잃는 것과 달리 KIR-CAR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사업 전략에 대해 이 상무는 "KIR-CAR 플랫폼 자체를 넘기는 것은 회사의 심장을 내주는 것이기에 이는 곧 M&A(인수합병)을 의미한다"고 못 박았다. 다만 개별 파이프라인에 대한 공동개발이나 기술이전은 그룹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로라 존슨 CSO도 "베리스모는 디스커버리에서 임상적 개념 입증(POC)까지를 담당하고, 상용화 인프라를 갖춘 파트너와 협력해 환자에게 가장 빨리 도달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부연했다.
이 상무는 빅파마의 관심 배경에 대해 "글로벌 빅파마들이 인비보 CAR-T 등 세포치료제 회사를 적극 인수·합병하고 있는 흐름"이라며 "고형암에서 효능이 확인되면, 빅파마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보유한 기존 파이프라인과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