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만 챙겨? "퀄컴 칩셋 패키징, 韓서 한다"

로열티만 챙겨? "퀄컴 칩셋 패키징, 韓서 한다"

대담=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정리=조성훈 기자, 사진=이명근 기자
2011.05.16 06:49

[머투초대석]차영구 퀄컴코리아 대표 "고용효과 국내社 못잖아"..기업이미지 개선주력

↑ 차영구 퀄컴코리아 사장 ⓒ이명근 기자 qwe123@
↑ 차영구 퀄컴코리아 사장 ⓒ이명근 기자 qwe123@

"퀄컴코리아 대표직을 제안받았을 때 상당히 갈등했습니다. 삐딱한 시선도 있었죠. 하지만 퀄컴은 한국기업들의 파트너가 분명하고 그 안에서 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글로벌 마인드로 함께 윈윈하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확신이 있었습니다."

2009년 퀄컴코리아가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63)을 대표로 선임했을 때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놀라움과 함께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물론 2005년 팬택에서 상임고문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지만 3성장군 출신 안보전문가인 그가 IT기업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이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더이상 없다. 그만큼 그의 재직기간에 퀄컴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차영구 사장을 만나 그동안 퀄컴의 변화와 현 주소, 앞으로 목표를 들어봤다.

―IT업계에 입문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 역시 IT분야에서 제가 몸담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주 우연한 기회가 만들어졌고, 그 기회가 제가 살아온 삶과 전혀 동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거죠. 군에 몸담으면서 갈고 닦은 제 경험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있다면 당연히 기쁘지 않겠습니까? 일면식도 없던 박병엽 팬택 부회장을 만난 것이 제 삶을 바꿔놓은 거죠. 한마디로 '운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2004년말 당시 팬택은 회사 매출이 급성장하는 정점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적재산권문제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몸집이 커진 조직을 통솔할 어른도 필요했던 거죠. 군에서 해외협상 경험이 많은 저로서는 지적재산권 협상에 적격이었던 셈입니다. 저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과감히 팬택 이직을 선택했죠.

―퀄컴 한국대표로 일하게 된 계기는.

▶팬택에서 상임고문으로 일하면서 지적재산권 협상을 도맡아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퀄컴이라는 회사를 알게 됐습니다. 한국기업에 대한 퀄컴의 호의적인 협상태도를 겪으면서 퀄컴의 기업이미지가 좋게 각인됐죠. 그러던 중 2006년 팬택의 경영상황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저는 사의를 표명하고 학교로 돌아갔게 됐고, 그후 얼마안돼 퀄컴에서 영입 제의가 왔습니다.

제가 퀄컴에 합류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이 직접 영입을 제의했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퀄컴에서 제 역할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던 퀄컴은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던 대상들과 관계를 풀어나가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퀄컴은 IT분야에 경험도 있고, 대정부 관계뿐 아니라 미디어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경험 많은 제가 절실히 필요했던 겁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이명근 기자 qwe123@

―퀄컴에서 처음으로 경영책임을 맡으신 건데, 군대와 다른 점이 있나요.

▶퀄컴에서 칩셋영업은 퀄컴CDMA테크놀로지라는 별도법인이 담당합니다. 제가 일하는 퀄컴코리아에서는 협상과 법무·홍보 쪽을 맡죠. 기업이나 군대나 모든 리더는 인격과 덕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같지만 기업의 리더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인 군대의 리더와 다르죠.

특히 퀄컴 같은 다국적기업들은 직원들을 통솔하는 방식이 좀더 세련되고 전문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시스템을 중심으로 일이 이뤄져야 하죠. 제가 퀄컴에서 일하면서 꾸준히 IT공부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 스스로 IT분야에 대해 좀더 체계적으로 공부할 필요성을 느껴서 그러하기도 하지만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전문지식과 기술을 쌓을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2년 전에 비해 퀄컴의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하는데요.

▶사실 취임 당시 퀄컴의 대외이미지는 한국에서 로열티만 챙기고 기여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기업으로 각인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퀄컴에 대한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팬택에서 근무하면서 퀄컴을 자주 상대하다보니 퀄컴에 상당히 호의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으니까요. 실제 퀄컴과 대외적으로 각인된 퀄컴의 이미지는 괴리가 컸던 겁니다.

그래서 기업이미지를 바꾸는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퀄컴의 이미지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고들 합니다. 지난 2년간 퀄컴에 관련된 뉴스는 2배가량 늘었고, 뉴스보도의 80% 정도는 긍정적인 내용들입니다. 취임초에 저를 괴롭혔던 공정위 이슈도 사실상 마무리됐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과의 관계도 더욱 긴밀해졌습니다. 퀄컴은 팬택의 2대주주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글로벌 시대입니다. 기업의 국적은 더이상 큰 의미가 없습니다. 국수주의 관점에서 기업을 평가하기보다 글로벌 마인드로 '윈윈'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봅니다. 저도 평생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아직도 편협된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입니다. 다국적기업에 대해 명분 없이 꼬투리를 잡기보다 열린 시각으로 평가해야 할 때입니다. 그게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이명근 기자 qwe123@

―퀄컴 연구·개발(R&D)센터의 운영은.

▶지난해 한국에 R&D센터를 개설, 박사급 10명을 채용했는데 앞으로 이를 20명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한국R&D센터의 역할은 휴대폰의 미래발전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지난 1년2개월 동안 R&D센터의 성과는 본사에서도 놀라워할 정도로 눈부십니다. 그래서 본사 차원에서 한국센터 확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학생대상 IT투어나 장학금, 펠로십, 벤처투자 같은 활동도 더욱 다양하게 펼칠 계획입니다.

퀄컴이 칩셋 패키징을 한국에서 한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이 놀라워합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패키징 규모도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퀄컴을 통한 고용효과는 국내기업 못지않습니다. 퀄컴이 단지 로열티만 걷어가는 회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최근들어 스마트폰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퀄컴의 패키징 주문은 갈수록 쇄도하고 있어서 퀄컴칩셋을 패키징하는 국내 협력사 역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윈윈', 즉 상생경영이 아닌가 합니다. 개인적으로 퀄컴이 가장 사랑받는 다국적기업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으시다면.

▶외국기업협회가 경제단체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외국기업의 고용규모는 우리나라 전체의 6%를 차지하고 국내총생산(GDP)의 13.5%에 달합니다. 우리 경제에서 적지않은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사실 여기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기업협회가 나서서 가교역할을 해야 합니다. 외국기업들의 국내투자 활성화를 견인하는 한편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시각을 개선하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외국기업협회가 전경련이나 경총, 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5대 경제단체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 약력

△1947년생 △육군사관학교 정치학 조교수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선임 객원 연구위원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 선임객원 연구위원 △ 국방연구원 정책기획연구부 부장, 실장 △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센터 소장 △ 국방부 정책기획차장(대령, 준장) △ 국방부 대변인(준장) △국방부 정책기획국장(소장) △국방부 정책실장(중장) △ 2004년 중장 예편 △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팬택 상임 고문 △ 경희대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 △ 한국퀄컴 대표이사 사장(2009년 6월부터 현재) △한미 협회 사무총장 △외국인기업협회 네트워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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