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들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기업(광고주)들에 허리를 크게 굽혀 낮은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지엄하신 기자들이 나와 큰절을 하고 춤공연도 했다고 한다.
종편들의 '낮은 자세'에 어리둥절하던 기업들은 이제 곧 그들의 '본연의 모습'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채널번호도 없는 종편들이 너도나도 오는 12월1일 개국을 '선언'하고 있다.
새로 채널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개국선언부터 하고 있어 기존 채널사업자들은 쫓겨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엄연히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사업자들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계약기간 만료 전에 15~20번을 몰아내고 이 채널들을 제비뽑기로 나누기로 했다는 소문조차 있다.
종편들이 케이블TV사업자(SO·Service Operator)들에 KBS처럼 전국 동일한 번호를 달라고 했으나 SO가 거부했다는 소문도 돈다.
방송을 틀어주는 SO는 어떤 입장일까.
SO는 "결정된 바 없다"고 한다. 그리고 "(종편 압박에) 우리도 죽겠다"고 하소연한다.
종편은 방송법상 의무전송채널이다. SO로서는 채널을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 신규 채널이라는 면에서 보면 SO에 종편 등장이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채널 배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게임채널이나 영화채널, 교육채널과 같은 다른 PP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4개 종편채널과 1개 보도채널, 그리고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까지 합하면 당장 6개 채널이 필요하다.
기존 6개 PP가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또한 그 여파로 다른 PP들도 연쇄적으로 채널을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힘 있는 지상파계열 PP나 SO의 PP, 그리고 돈되는 홈쇼핑사업자들이 피해를 입을 리는 없다.
예컨대 강서지역의 경우 17번채널은 교육채널 'EBS플러스1'이 사용 중이다. 종편에 이 번호를 내주면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외치며 키워온 EBS채널조차 밀려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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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현재 PP들은 최소한 연말까지는 현재 채널을 그대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 SO와 PP가 1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종편은 SO를 압박한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 집주인에게 기존 세입자를 종편들의 이사날짜에 맞춰 내보내고 남은 세입자도 미리 정리하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12월1일이란 개국날짜는 31년전 11월30일 신군부에 의해 중단된 동양방송을 복원하는 의미로 Jtbc(중앙일보 종편)가 정한 날일 뿐이다. 나머지 종편들이 이 날짜에 출발날짜를 맞추다보니 무리가 따르고 있다.
종편들의 무리수에 SO가 거부를 못하고 따르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종편시대 개막은 그야말로 '힘에 의한 힘을 위한 힘의 방송시대'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에 방통위의 자세도 어정쩡하다. 방통위가 이 같은 과정에 개입한다는 정황마저 포착된다.
종편이 약속한 프로그램들을 제대로 준비됐는지 점검해야 할 인가권자의 책임은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
이명박 정부가 부르짖는 공생발전, 동반성장이 방통위에만은 면제된 것인지 궁금하다. 기업들에 한숨만 안기는 '미디어시장의 재앙'이 첫발부터 현실화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방송산업이 어디까지 왜곡되는지 역사는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