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만원도 붕괴…이 회장 자사주 매입 효과 없어

"봐서 뭐해, 속만 쓰리지."(KT 직원 A씨)
19일 서울 광화문KT(52,000원 ▼300 -0.57%)본사 엘리베이터 안. 엘리베이터 문 옆에 설치된 작은 모니터의 주식 시세에 직원들의 눈이 쏠렸다. "3만원도 깨졌다"는 한 직원의 푸념어린 목소리에 동료 A씨는 "마음을 비우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좁은 엘리베이터 공간에서 시선 둘 곳이 마땅치 않을 때 이 모니터에 뜨는 주가 시세나 뉴스는 직원들 사이에서 좋은 이야기 소재가 돼 왔다. 하지만 요즘 엘리베이터에서는 모니터를 보며 한숨을 푹푹 짓거나 고개를 떨구는 풍경이 자주 연출된다.
이날 KT 주가는 전일대비 1.65% 하락한 2만9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3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석채 KT 회장이 회사주식 1860주(5682만원)를 사들였다는 소식이 나온 다음날이다. 일반적으로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신호로 작용해 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이지만 이 회장의 '약발'도 안먹혔던 셈이다.
전반적인 증시 상황이 불안하다 쳐도 KT 주가는 시장평균 수익률에도 훨씬 못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봄은 왔지만 KT의 엘리베이터 안 풍경이 싸늘한 이유다.
2010년말 4만6250원이던 KT 주가는 4만원선을 내주며 지난해 말에는 3만5650원까지 떨어졌다. 1년새 23% 하락했다. 올 들어서도 20% 떨어졌다. 실적이 악화되는 데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에 기대를 걸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망 구축에 이은 마케팅 등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고 경쟁사 보다 뒤늦게 뛰어들었다는 부담도 있다.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부양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2010년 2월과 2011년 2월에도 자사주들 사들였다. 2010년 4월에는 임원 47명이 12억원가량을 투자해 2만658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해 3월에는 임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에게 1인당 40만원의 성과급도 지급했다. 당시 회사측은 순수한 성과급이라고 밝혔지만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KT 주식을 사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KT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1.36%(355만8570주)다.
이날 이석채 회장은 이통사 대표들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물가 오르는 게 무서울 정도"라며 "손자들 이발비만 3만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각종 요금이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KT 주가 3만원이 붕괴된 날, 이 회장의 발언이 더욱 절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