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인생학교 서울'…국·영·수는 잊어라 시·대·사 배운다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국·영·수는 잊어라 시·대·사 배운다

김유진 기자
2015.10.16 07:39

[인터뷰]세계 9번째 분교 10월27일 개원…손미나교장 "시간·대화·사랑…영혼의 찜질방 만들것"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세운 '인생학교'의 서울 분교가 오는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문을 연다. 전 세계 9번째이자 아시아 최초의 분교다. 개교를 앞둔 지난 11일 인생학교 서울을 찾은 알랭 드 보통(오른쪽)과 인생학교 서울의 교장 손미나씨(43). /사진제공=인생학교 서울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세운 '인생학교'의 서울 분교가 오는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문을 연다. 전 세계 9번째이자 아시아 최초의 분교다. 개교를 앞둔 지난 11일 인생학교 서울을 찾은 알랭 드 보통(오른쪽)과 인생학교 서울의 교장 손미나씨(43). /사진제공=인생학교 서울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저자, 알랭 드 보통이 세운 ‘인생학교’가 한국에 온다. 오는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개교하는 ‘인생학교 서울’은 전세계 9번째이자 아시아 최초 분교다. 다른 나라는 주로 전문 경영인이나 문화 관련 사업자가 분교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나운서 출신의 여행작가 겸 CEO(최고경영자) 손미나씨(43)가 교장선생님을 맡았다.

인생학교는 알랭 드 보통이 2008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성인 학교다. ‘인생에도 학교가 필요하다’는 표어를 내걸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친다. 일, 사랑, 자아라는 큰 주제를 철학·심리학·예술 등 인문학으로 풀어나간다. 매일 3시간씩 1차례 강의가 진행되며 정원은 20명이다. 접수는 온라인으로만 하며 수강료는 과목당 8만8000원이다.

개교 소식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20~30대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손씨가 운영하는 손미나앤컴퍼니 페이스북의 관련 게시물은 15만회 이상 공유됐고 문의도 폭주했다. 방황할 수밖에 없는 사회, 경쟁에 치여 정작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영혼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온 것.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특히 “누가, 무슨 자격으로 인생을 가르칠 것이냐”는 지적이다. 선정된 교사는 방송인 겸 좋은연애연구소 대표 김지윤, 칸국제광고제 은사자상 수상자인 광고인 조수용 등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들이다. ‘성공이 인생을 잘 살았다는 증거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인생학교 서울에서 만난 손씨는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히 맞는 말”이라며 “교사가 개별적으로 준비한 강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오는 27일 개교하는 '인생학교 서울'에서 진행하는 강의 목록.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법' 등 일, 사랑, 자아와 관련된 강의 12개가 개설된다. /사진제공=인생학교 서울
오는 27일 개교하는 '인생학교 서울'에서 진행하는 강의 목록.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법' 등 일, 사랑, 자아와 관련된 강의 12개가 개설된다. /사진제공=인생학교 서울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그대로 가져와 수업

인생학교 서울은 알랭 드 보통의 런던 본교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왔다. 교사들이 한 과목씩 맡아 강의하는 방식이다. 인생학교에는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교과 대신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법’ ‘대화 잘하는 법’ ‘사랑을 지속하는 법’ 등의 과목이 있다. 손씨는 “선생님들도 각 과목을 공부해 전달한다”며 “우선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으면서 주변에서 훌륭한 평가를 받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선정했고 앞으로 다양하게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정된 교사들은 영국에서 온 교사로부터 3일간 집중 수업 교육을 받았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학교라 알랭 드 보통도 인생학교 서울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손씨는 전했다. 보통이 개교 준비 과정에서 건물 인테리어부터 교사 선정까지 꼼꼼히 관여했다는 것. 보통은 지난 11일 이태원을 방문해 운영 조언을 하고 돌아갔다.

손씨는 개교 후 첫 번째 수업인 ‘가슴 뛰는 직업을 찾는 법’을 맡는다. 자신이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마다하고 뛰쳐나와 여행작가와 사업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찾은 경험을 살린다는 포부다. 그는 “직업 선택 시 세상의 무척 많은 요소가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이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해보고 수강생 개개인이 답을 찾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7일 문을 여는 '인생학교 서울'의 표지판. 교장선생님 손미나씨는 "인생학교 서울이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영혼의 찜질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인생학교 서울
오는 27일 문을 여는 '인생학교 서울'의 표지판. 교장선생님 손미나씨는 "인생학교 서울이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영혼의 찜질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인생학교 서울

◇인생학교 서울의 목표는 ‘영혼의 찜질방’…“힘들 때 오세요”

손씨는 인생학교 서울의 목표가 ‘영혼의 찜질방’이라고 했다. 몸을 찜질하듯 인생이 잘 안 풀리고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영혼을 풀기 위해 찾는 곳이 되면 좋겠다는 것.

손씨는 “우리가 하려는 건 현대인이라면 국경이나 문화를 초월해 다 고민하는 일, 시간, 섹스, 돈, 인간관계 등에 대해 배우는 것”이라며 “땅 위를 흐르며 동식물을 기르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물처럼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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