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분별한 통신자료 제공, 이참에 절차 강화해야

[기자수첩]무분별한 통신자료 제공, 이참에 절차 강화해야

이정혁 기자
2016.04.13 15:48

“공식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갑자기 열흘 만에 무려 2만 건 가까이 폭증했어요”

기자가 한참 전에 신청한 ‘통신자료 제공 내역’이 오지 않아 이동통신사 관계자에게 따지자 최근 몇 달 새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이왕 기다린 김에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양해도 구해왔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고서 받은 통지서에는 지난해 검찰 등이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을 요청 사유로 내세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들여다봤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바로 정보공개청구를 냈지만, 열흘 만에 돌아온 답변은 ‘비공개’다. 예상은 했지만, 기분은 찝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기자만 그런 건 아니라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통사들이 정보·수사기관 영장이 없어도 가입자들의 통신자료를 이런 식으로 퍼준 규모를 살펴봤더니 2012~2014년 3042만1703건, 2015년 590만1664건에 달했다. 휴대폰 번호에 대한 단순 신상정보라는 이유에서일까. 별다른 통제 장치 없이 수사기관들이 손쉽게 통신자료를 쉽게 넘겨받을 수 있는 관행 탓이 크다.

강신명 경찰총장은 지난달 ‘통신자료 열람요청에 관한 TF(태스크포스)’ 관련 간담회에서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이익과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정보·수사기관의 불가피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의 정보가 어떤 이유로 열람 됐는지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수사 편의를 위한 정보 남용으로도 해석될 개연성이 크다.

야당에서는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열람을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다음 달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그렇다면 차제에 통신자료 조회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반드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

통신사찰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공권력 남용 등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제공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해야 한다. 아무리 공공을 위한 수사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조회하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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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이정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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