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IBS 1호 연구단장 신희섭…국내 최초로 뇌과학에 유전학 도입

떠나는 IBS 1호 연구단장 신희섭…국내 최초로 뇌과학에 유전학 도입

류준영 기자
2020.12.23 09:19

23일 퇴임식…인지기능과 사회 행동에 대한 뇌 메커니즘 연구 분야 개척

신희섭 박사/사진=IBS
신희섭 박사/사진=IBS

한국을 대표하는 뇌 과학자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1호 연구단장인 신희섭 박사가 정든 실험실을 떠난다

IBS는 신희섭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 퇴임식을 23일 오전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온라인으로 열었다고 밝혔다. 신 단장은 이 자리에서 “의대를 졸업하며 정해진 대로 의사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싫어서 들어선 기초과학자의 삶이 어느덧 46년이 됐다”며 운을 뗐다.

이어 “따로 스승이 없이 시작해 열정만을 따라 뇌 과학 연구를 하며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고, 수많은 동료 및 선후배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행복한 연구자의 길을 달려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IBS 단장으로 선임된 덕에 연구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뛰어난 젊은 연구단장들을 보고 배우며 끝까지 뇌 과학 연구에 진지하게 매진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연구단에서 이룩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후배 연구자들이 더 깊이, 더 높게 나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퇴임 후 계획을 밝혔다.

노도영 IBS 원장은 송별사에서 “IBS의 1호 연구단장이자 대한민국 과학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위대한 과학자인 신희섭 단장께서 정년을 맞이하시는 영광스러우면서도 아쉬운 날”이라며 “연구단장의 짐을 내려놓으시지만 원로 과학자로서 경륜과 지혜를 바탕으로 아낌없이 후배 과학자들을 지도편달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신희섭 박사/사진=IBS
신희섭 박사/사진=IBS

비교적 뇌 연구의 역사가 짧은 국내에서 신 단장은 아주 초창기에 뇌 연구를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이다. 1991년부터 30여 년 간 인간 생명활동의 신비를 풀 뇌라는 주제를 탐구해왔다.

신 단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 코넬대 의대에서 유전학 박사학위를 받으며 임상의에서 기초의학자로 진로를 바꿨다. 이후 매사츄세츠공대(MIT)와 포스텍 교수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책임연구원이자 뇌과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2012년 7월 IBS의 첫 연구단장으로 선정되며, 현재까지 사회성과 관련한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해 왔다.

신 단장은 “사회성은 고등인지 기능 중 하나이며 복잡한 뇌 기능을 필요로 한다”며 “이것이 잘못되면 우울증, 치매, 자폐증 등 수많은 정신질환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뇌 연구에서 인지는 많이 언급됐지만 그 중 사회성은 가장 연구가 될 된 영역”이라며 “사회성에서 인지기능을 보는 것이 연구단의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신 단장은 기억과 감정, 공감 등 인지기능의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 연구에 유전학을 도입했다. 특히, 1997년 뇌에서 간질과 운동 마비를 일으키는 PLC-β1과 PLC-β4 유전자를 발견해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IBS 단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인지, 정서, 사회성에 관여하는 뇌의 종합적 작용을 밝혀 왔다. 수면 중 뇌파를 조절해 학습 기억력을 2배 높인 연구( 2017년), 공감 능력 조절 메커니즘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2018년), 공포기억을 억제하는 뇌 회로를 규명한 연구(2019년) 등의 성과를 잇따라 내는 등 총 188편 이상의 논문을 저명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세계가 주목한 성과를 내면서 그는 호암상(2004년), 국민훈장 동백장(200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2005년) 등 내로라하는 과학상을 휩쓸었다. 과학기술부 1호 국가과학자(2006년)에도 선정됐다. 또 미국 국립과학원(NAS) 회원,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펠로우로 선임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학문적 영예를 얻었다.

IBS 연구단은 연구단장의 정년 시 해당 연구단 또는 연구그룹 폐지가 원칙이다. 따라서 신 단장이 이끌던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사회성 뇌과학 그룹은 연구원 규정에 따라 폐지된다. 소속 연구인력은 연구단 내 인지 교세포 과학 그룹으로 전보 발령돼 연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퇴임식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병선 차관, 서울대 오세정 총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윤석진 원장이 온라인 축사를 통해 신 단장의 국가 및 과학 발전에 대한 노고와 헌신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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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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