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할 정도로 배상했는데 SK텔레콤(77,600원 ▼2,300 -2.88%)의 그런 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선제적으로 배상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로 이번 결정이 읽혀질 경우 되레 소비자의 편익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해킹 사고와 관련 일부 이용자들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제기한 분쟁조정에서 당국이 1인당 30만원의 배상 결정을 내린 데 대한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8월부터 요금 50% 할인에 매월 데이터 추가제공, 번호이동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 등 대대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했음에도 이같은 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지난 3분기 SK텔레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9% 감소했다. SK브로드밴드 등 연결 자회사들을 제외한 SK텔레콤만의 별도 영업손실은 52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수년에 걸친 해킹으로 2696만건, 고객 수 기준 2300만명에 이르는 고객의 유심(USIM, 가입자 식별 모듈) 정보가 유출된 점이 알려지며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자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책임과 약속'이라는 대대적 배상안을 실시한 영향이다.
그럼에도 당국 제재의 칼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지난 8월 하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법 개정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 1348억원의 과징금을 SK텔레콤에 부과했다. 당시에도 학계 등에서는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얻은 이익이 전혀 없는데도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1인당 30만원' 결정은 8월 개인정보위 제재 의결과 별개로 진행된 분쟁조정 결과다. 1348억원의 제재 결정과 무관하게 개인정보 침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별도로 기업·기관에게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제기하는 절차가 개인정보 분쟁조정이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에 SK텔레콤 해킹사고를 이유로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건은 집단분쟁 3건(3267명)과 개인신청 731건이다. 이날 분조위는 3267명의 신청인에게 각기 30만원씩 총 9억8000만여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결정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영섭 KT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9. /사진=김명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11/2025110411141340227_2.jpg)
분조위는 이번 결정의 이유에 대해 "유출정보 악용으로 인한 휴대폰 복제 피해 불안, 유심 교체 과정에서 겪은 혼란·불편에 대해 정신적 손해를 인정해 손해배상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확인된 2차 피해가 없었던 점, SK텔레콤이 제재가 나오기 전 적자경영을 감수하고 대규모 배상안을 실시한 점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정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안이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가입자 수(7월말 기준 2231만여명)를 감안할 때 이번 조정안(1인당 30만원)은 7조원에 가까운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는 의미"라며 "AI(인공지능) 등 미래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SK텔레콤에 이번 결정은 재무적으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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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결정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번 조정안은 신청인들과 SK텔레콤 중 어느 일방이라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회사의 사고 수습 및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보상 노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며 "조정안 수락 여부는 관련 내용을 면밀히 그리고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결정에 KT(60,000원 ▼800 -1.32%)와 LG유플러스(15,320원 ▼780 -4.84%)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KT는 불법 소형 기지국(펨토셀)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에 무단 소액결제 피해까지 발생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외에도 미국 보안 매거진 프렉이 해킹 피해 정황이 있다고 지목한 회사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KT와 LG유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더구나 두 회사는 해킹 관련 서버를 무단으로 폐기했다는 의혹으로 당국 조사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한편 SK텔레콤 분쟁조정 사안에 대한 이번 조정안은 여타 사건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법인 대륜이 '1인당 100만원'의 청구액을 내걸고 원고들을 모으고 있는 등 다수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이 SK텔레콤 대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