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 달리고 우울해…'손'을 써야겠네요

기력 달리고 우울해…'손'을 써야겠네요

박정렬 기자
2023.06.13 16:23

손아귀 힘(악력)은 신체·정신 건강의 바로미터다. 특히, 악력은 전신 근력을 대변하는 '성적표'로 경찰·소방공무원 채용 기준에 포함돼 있는가 하면 2014년부터는 만 1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근력 평가를 위해 악력 측정을 조사항목에 도입하고 있다. 손아귀임과 건강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악력 약할수록 만성질환 위험 커

근육이 빠지는 '근감소증'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질병'이다.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감소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근감소증을 평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가 악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강진우 원장은 "악력과 관련된 근육은 손가락, 손목의 폄근(신전근), 접힘근(굴곡근)으로 주로 팔 아래쪽(전완부)에 위치한다"며 "전완근은 전신 근육을 자극하는 운동이나 활동할 때 자극받아 근육량이 많을수록 이런 근육이 발달하고, 악력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이 국민건강영양조사(2019)를 분석한 결과 악력은 남녀 모두 30대(남성 43.3㎏, 여성 25.8㎏)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 악력은 남성 33.7㎏, 여성 20.4㎏으로 아시아인의 평균 악력(남성 33.8㎏, 여성 21.3㎏)과 비교할 때 낮은 편이다. 또 이 연령대의 4명 중 1명(24.8%)은 아시아근감소증진단그룹의 악력 기준(남성 28㎏ 미만 , 여성 18㎏ 미만)을 적용할 때 '근감소증'에 해당했다.

악력은 질병과도 밀접했다. 질병관리청이 65세 이상을 악력 수준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분류하고 연령, 소득수준 등을 보정한 후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을 따졌다. 그 결과, 악력이 가장 낮은 남성 노인은 고혈압 유병률이 68.3%,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33.6%로 악력이 가장 높은 남성 노인(각각 47%, 19.4%)보다 건강 상태가 더 나빴다. 악력이 가장 낮은 여성 노인은 고혈압(75.9%)과 당뇨병(43.7%) 유병률이 악력이 가장 높은 여성 노인(각각 53.4%, 22.8%)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전 세계 17개국, 13만96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악력이 5㎏ 줄어들 때마다 사망률은 16%,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17% 커졌다는 연구(란셋, 2015)도 있다.

약한 악력은 나약한 정신건강을 대변하기도 한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산 교수와 계명대 통계학과 손낙훈 교수팀이 악력과 우울증 위험을 평가했더니 악력이 가장 높은 그룹과 비교해 가장 낮은 그룹은 우울증 위험도가 남녀 각각 3.09배, 3.74배 높았다. 이 교수는 "간단히 측정할 수 있는 악력을 간접 지표로 삼아 중장년층 우울증 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력 키우기는 운동의 시작이자 끝

악력을 유지하는 첫걸음은 정기적으로 악력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전국 76곳의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를 찾으면 악력(근력)을 비롯해 왕복 오래달리기(심폐지구력), 반복 옆뛰기(민첩성) 등 자신의 체력을 측정하고 맞춤형 운동처방을 받을 수 있다.

스스로 악력이 약해진 게 느껴진다면 악력기를 꾸준히 이용하거나 팔의 전반적인 근육을 사용하는 철봉이나 팔굽혀펴기, 탁구와 배드민턴 등의 생활체육을 실천하는 것이 도움 된다. 손아귀 힘이 강해지면 전신 건강도 따라온다. 강 원장은 "전완근 등 악력과 관련된 근육은 단독으로만 좋아지기 힘들다. 악력을 키우려 운동하다 보면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향상되고, 골절 등 불의의 사고로부터 몸을 지키는 한편 전신 근육이 전반적으로 자극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며 "그런 의미로 악력 운동은 '운동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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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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