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간호협회(간협) 창립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간호사 등 6000여명이 함께 "간호법 제정"을 외쳤다. 함께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 40여명과 세계보건기구(WHO), 국제간호협의회(ICN)의 국제 보건의료 전문가들도 간호법 제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간협은 23일 서울 장충체육관과 장충교회에서 전국 60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10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전날 재발의된 간호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에서 40여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해 간호법을 비롯해 간호사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국회의원 전원의 축사가 마무리되기까지 1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간호사 수가 현저히 적어 1인당 평균 환자 수가 일본, 미국과 비교해 매우 높은 것이 통계로 확인된다"며 "인력 부족과 불규칙한 근무 등으로 인한 간호사의 어려움을 들으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런 마음이 모여 간호법을 꼭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것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라며 "여러 다양한 의견을 녹여내면서 보다 좋은 환경에서 보람있게 간호사가 일하도록 집권당을 대표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이어 연단에 오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간호사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가 성장하고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간호사의 헌신에 이제는 제대로 답을 해야 할 때"라고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대통령이 거부한 간호법안을 재발의한 점을 언급하면서 "간호법이 간호사 근무 환경을 모두 개선할 수는 없지만 상징성이 크고, 시작점이 되리라 확신한다"며 "반드시 이번에는 (간호법을) 잘 만들어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강선우 대변인이 대독한 축전을 통해 "대통령이 본인의 공약이기도 한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국민과 한 약속, 간호사의 기대를 저버린 정치 기만"이라며 "간호 환경 개선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간호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언급했다. 간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 한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념대회에 참석해 "여당과 야당이 긴밀히 협의해 이번에는 간호법 제정을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2부 행사인 간호법 제정 추진 다짐 대회에서는 WHO와 ICN를 비롯한 유럽간호협회연맹(EFN), 일본 및 네팔 간호협회 등 국제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나서 한국의 간호법 제정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워드 캐튼 ICN 대표는 "대한민국의 간호교육과 규정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며, 간호사는 종속적인 인력이 아닌 독립된 법안으로 규율해야 할 전문인력"이라면서 "대한민국의 간호법이 최대한 신속히 제정되기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신경림 간호법제정특별위원장은 "간호법은 초고령사회에서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필수정책"이라면서 "지금의 의료법으로 선진화된 의료·요양·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모래성을 쌓는 것처럼 불안정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는 결코 다른 보건의료인의 업무를 침해한 적이 없고 앞으로 그럴 계획도 없다. 지역사회 돌봄 사업을 독점하려는 것도 아니다"며 "동료인 간호조무사, 간병사, 요양보호사 등 모든 인력을 존중하고 처우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각 직역의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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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회장은 "지난 100년 민족의 고통과 영광을 함께한 자랑스러운 역사였다"면서 "지난 100년간의 노력을 발판 삼아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세계 간호를 주도하는 단체로 더욱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서 축사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는 과정에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은 간호사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며 "지난 4월 간호 인력 전문성 강화와 방문형 간호 활성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간호인력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간호사가 자긍심을 갖고 전문 의료인으로 근무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 의료 현장은 다양한 직역이 협력하며 일할 때 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오케스트라와 같다"며 "환자의 가슴에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스며들 수 있도록 간호사의 역할을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별도로 간호법을 언급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