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챙기려 먹는 약이 '독' 됐다 …66세 노인 절반 이상 '부작용' 우려

건강 챙기려 먹는 약이 '독' 됐다 …66세 노인 절반 이상 '부작용' 우려

박정렬 기자
2023.11.27 16:25

[박정렬의 신의료인]
분당서울대, 서울아산, 보의연 공동 연구
66세 노인 35.4%가 5개 이상 약물 복용
노인 부적절 약물 복용도 절반 넘어

우리나라 노인 인구에서 다약제(5개 이상 약물)·부적절 약물 복용자가 매년 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장애 위험도 덩달아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는 만큼 향후 약물 과다와 부적절한 사용에 대해 의료계, 시민, 정부의 경각심을 일깨워줄 기초 자료로 활용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김선욱 교수,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윤지은 성과연구팀장 등 공동 연구팀은 2012~2021년까지 10년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노인 33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연구 대상자인 노인 10명 중 3명(35.4%, 약 16만 명)이 90일 이상 다약제 복용을 지속해 2012년(32%, 약 8만 명)과 비교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비율도 무려 8.8%에 달했다. 또 66세 인구의 절반 이상인 53.7%는 이득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어 신중히 처방해야 하는 ''노인 부적절 약물'을 1종 이상 복용했다. 1인당 평균 개수는 2.4개나 됐다. 복용 비율은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절대 숫자는 13만 8000명에서 24만 8000명으로 80%나 증가했다.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생리적인 노화, 약물 간 상호작용, 약물과 질병과의 상호작용 등에 의해 이익보다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여러 약물을 복용할수록 노인에게 사용을 지양해야 하는 약물을 처방받을 위험도 증가한다. 노인 부적절 약물로는 대표적으로 소화성궤양용제 '에스오메프라졸마그네슘' 성분이나 위산분비억제제 '라베프라졸나트륨' 등이 있다.

(사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김선욱 교수,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윤지은 팀장.
(사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김선욱 교수,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윤지은 팀장.

실제 이런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한 66세 인구 65만 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 위험과 3등급 이상의 장기 요양 등급(일상생활에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을 받을 가능성이 각각 25%, 46%나 높았다. 부적절 약물 사용이 2종 이하일 경우 장애 위험이 약 31% 높지만 3종 이상일 때는 무려 81%가 높아 중복 사용 시 위험성이 배가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연구에서는 대도시(광역시)보다 소도시(군, 구)에 거주하는 사람, 건강보험보다는 의료급여 대상자, 동반 질환이 많고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이 많거나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했던 환자들에서 약물 개수와 부적절 약물 처방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선욱 교수는 "이제 막 노령에 접어든 66세의 젊은 노인 중에서도 상당수가 다약제 및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망 위험이 증가 혹은 높은 장기 요양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윤지은 팀장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노인 다약제 및 부적절 약물 처방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향후 노인 부적절 약물 사용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는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제 복용은 장기적으로 기능 저하를 촉진할 우려가 있으며, 약의 부작용이 더 많은 의료 이용과 약 처방을 부르는 처방 연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의료 이용자 및 의료진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5~26일 열린 '대한노인병학회 제7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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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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