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0세는 달라도 달라" 정정한 모습…'슈퍼 노인' 비결은

"요즘 100세는 달라도 달라" 정정한 모습…'슈퍼 노인' 비결은

박정렬 기자
2025.03.26 14:36

슈퍼 노인이 온다 ②.끝. 박상철 교수가 제안하는 건강 장수 8대 강령

[편집자주]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 100세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백세인들의 삶은 하나의 '정답지'가 될 수 있다. 철학, 심리학, 생리학을 넘나들며 30여년 백세인을 연구해 온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부터 초고령화 사회를 이끄는 '슈퍼 노인'의 모습을 조망한다.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24회 대한노인회 시연합회 시니어올림픽에서 참가한 노인들이 풍선 사다리 경기를 펼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24회 대한노인회 시연합회 시니어올림픽에서 참가한 노인들이 풍선 사다리 경기를 펼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는 1998년 서울대 재직 시절 국내 처음으로 백세인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삶의 최종 순간에 다다른, 한편으로 이겨내고 있을 백세인들을 통해 크게 세 가지 질문의 해답을 찾고 싶었다. 첫째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둘째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은 무엇으로 유지되는가. 마지막 셋째는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박 교수는 전국을 군·구 단위로 230개로 쪼갠 후 65세 이상 노인 중 85세 이상의 비율, 100세 이상 비율을 10만명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1등부터 20등까지 장수 지역으로 결정하고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나아가 '장수 지역'을 브랜드화하고 싶었던 담양, 곡성, 구례, 보성 등 4개 군의 요청으로 이곳만 별도로 묶어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구곡순담 장수벨트'를 중심으로 백세인 심층 조사가 진행된 배경이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가 지난달 전남대 의과대학 내 '한국인 백세연구단'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쪽에는 그의 연구를 표지로 다룬 미국 사사주긴지 '타임'과 그의 저서들이다./사진=박정렬 기자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가 지난달 전남대 의과대학 내 '한국인 백세연구단'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쪽에는 그의 연구를 표지로 다룬 미국 사사주긴지 '타임'과 그의 저서들이다./사진=박정렬 기자

그는 2011년 서울대에서의 연구를 마무리한 후 가천대, 삼성종합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거쳐 2018년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에서 새롭게 '백세인 연구'에 돌입했다. 구곡순담의 20년 전과 후를 비교해 건강하게 늙는 '순노화'(웰에이징)의 비결을 더 깊이 파고든 것이다. 박상철 교수는 "백 살이 넘었어도 홀로 당당하게 살고, 자기 계발에 열중하며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보고 백세인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깨달았다"며 "백세인 연구를 통해 단순히 수명 연장에서 벗어나 멋지고 당당한 '슈퍼 노인'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백세인의 모습도 전과는 달라졌다. 만성질환을 가진 백세인은 늘었지만 인지 기능은 비슷하고, 우울 증상 빈도는 낮았으며 일상 수행 능력은 오히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지만 행복하고 활동적인 백세인, 여기에 '장수 비결'이 숨어있다. 박 교수와의 인터뷰와 저서 '한국의 백세인의 20년의 변화 : 구곡순담 장수벨트를 중심으로'를 바탕으로 건강 장수 행동강령 여덟 항목을 정리했다.

멈추지 말고 몸을 움직이자

어느 백세인은 자기 장수비결을 가리켜 '자전거 장수론'이라고 표현했다. 자전거가 계속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듯, 자기 몸을 쉬지 않고 사용한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노동은 소득과 생존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다. 반면 운동과 여가 활동은 자기 몸을 위해, 또는 여가를 선용하기 위해 좋아서 한다. 동작의 패턴과 심리적 보상에 큰 차이가 있을 테지만, 장수를 위해서는 노동이든 운동이든 무조건 자기 몸과 마음을 지속해서 사용해야 한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걷는 것이다. 뜰을 가꾸든지 지역 봉사를 위한 품앗이를 하는 것도 좋다.

새로운 기술을 빨리 배우자

새로운 사실을, 새로운 기술을 빨리 배우는 길만이 앞으로 여생을 기쁘게 할 수 있다. 다가오는 모든 변화를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내 삶의 터전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확대된다. 지식에도, 배움에도 '연령 제한'은 없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젊은이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듣고 즐겨야 한다. 과거 집착적 사고를 버리자.

서울 서초구 서초구IT교육센터에서 열린 서초 스마트시니어 IT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한컴타자 챌린지에 도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구IT교육센터에서 열린 서초 스마트시니어 IT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한컴타자 챌린지에 도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규칙적으로 리드미컬하게 살자

사람에게는 본래 규칙적인 생활 리듬이 있다. 이런 '일중리듬'(circadian rhythm)은 모든 생리현상과 생활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은퇴 후 가장 큰 고통 중의 하나는 일상생활의 리듬이 바뀌고 사라져버린다는 점이다. 은퇴 전에는 직장이라는 '시간 결정자'(Zeit Geber)가 있어 출퇴근이 강제되어 있었는데, 회사를 떠나면 강제적 시간 결정자가 사라지며 오히려 피로와 무기력을 경험할 수 있다. 어느 백세인과 인터뷰 중 며느리가 "어머니는 5분만 늦어도 난리가 난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백세인의 생활이 얼마나 규칙적인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식사 시간, 노동시간, 마을회관에 나가는 시간, 장에 가는 시간 등등을 정하여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칙적이고 리드믹한 삶은 생체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줄이는 '경제적인' 생활 방식이 된다.

마음을 쏟자
강호병 머니투데이 대표,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머니투데이와 대한노인회 공동주최로 열린 '시니어코리아 선발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강호병 머니투데이 대표,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머니투데이와 대한노인회 공동주최로 열린 '시니어코리아 선발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의 마음을 쏟는 일과 대상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도 목적을 가지고 마음을 쏟으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난다. 98세에 시집을 출판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일본의 시바타 도요는 "아흔여덟이라도 사랑은 하는 거야 구름도 타고 싶은걸"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나이 듦이 세상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마음을 쏟지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무엇엔들 관심을 갖지 못할 이유는 없다. 때로 감정을 과감하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한다. 대부분의 백세인은 자신의 희로애락 감정을 발산하는데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남의 탓하지 말자

나이가 들면 으레 누가 나 대신 일을 해줄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백세인은 다르다. 그들은 자기 재산을 직접 관리하고 생활을 주도하면서 '내가 직접 하지 않는 한 어떤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나이가 들어서 모른다는 것도 핑계다. 배우면 될 것을 그렇지 않고 불평만 해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다. 어렵더라도 익숙하지 못하더라도 조금씩 직접 배워가면 된다. 남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불평은 장수사회에서는 금물이다.

나이 탓하지 말자

미야자키 히데키지라는 일본의 백세인은 92세에 달리기를 시작해 100세에 100미터 달리기를 30초에 주파했다. 파루자 싱이라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은 100세에 마라톤 코스를 완주했다. 히말라야 등반을 하거나 수영 1500m를 완영하는 백세인은 기록 면에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낸다. 이들은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 상태를 백세가 되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인의 정의를 내릴 때 사용하는 '65세'는 사실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19세기 말 임의로 설정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나이 때문에 못 할 일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장수 의학자'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는 홀로 남은 어머니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50년 만에 고향인 광주로 귀향을 결심했다. 그렇게 아흔 살 노모와 일흔 살 아들의 반세기 만의 ‘동거’가 시작됐다. 이 과정과 경험을 도서 '백세 엄마, 여든 아들'로 풀어냈다./사진=시공사
'장수 의학자'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는 홀로 남은 어머니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50년 만에 고향인 광주로 귀향을 결심했다. 그렇게 아흔 살 노모와 일흔 살 아들의 반세기 만의 ‘동거’가 시작됐다. 이 과정과 경험을 도서 '백세 엄마, 여든 아들'로 풀어냈다./사진=시공사
모든 것을 적절히 맞추자

건강 장수에서 절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런 의미로 1999년 가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발표된 국제노화학회의 권고사항이 흥미롭다. 오랜 토론 끝에 저명한 장수학자들이 합의한 결론은 단순 명료했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어떤 것도 무리하지 말고 적정선에서 중용을 지키는 것이었다. 적절한 영양(Optimum Nutrition), 적절한 운동(Optimum Exercise) 적절한 스트레스(Optimum Stress)가 필요하다고 했다. 소식도 과식도 아닌 적절한 영양 섭취, 너무 심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신체 활동. 또 스트레스마저 전혀 없는 무념무상의 상태도, 과다한 것도 좋지 않다고 했다. 적절한 일상의 균형이 바로 장수의 조건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구IT교육센터에서 열린 서초 스마트시니어 IT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키오스크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구IT교육센터에서 열린 서초 스마트시니어 IT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키오스크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자

나이가 들어 혼자 남게 되면 외로워지고 결국 우울증에 빠지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최선을 다해 함께 어울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족과 이웃과 친구와 모든 일을 함께, 더불어 하는 노력을 일찍부터 시작해야 한다. 강원도 깊은 산속의 독거노인 집을 찾았을 때, 방 한쪽에 수북이 쌓인 비스킷 과자와 빵을 보고 '이런 것을 좋아하시는지' 물었다가 '동네 사람들이 오면 주려고 사놓았네'라는 대답에 매우 놀랐다. 먼저 정을 베푸시니 이웃이 시간을 내 찾아오는 것이었다. 강원도 화천군의 어느 백세인 둘은 친구 사이인데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매주 한 번씩 서로 오가며 돈독한 우정을 쌓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대화와 관계는 '약'이다. 어울림은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게 해 노년의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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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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