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려도 상폐 불안…바이오 울리는 '법차손' 어쩌나

매출 늘려도 상폐 불안…바이오 울리는 '법차손' 어쩌나

김선아, 김도윤 기자
2025.04.15 16:30

[MT리포트]바이오 발목 잡는 상폐 리스크, 해법은③

[편집자주] 해마다 여러 바이오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사라진다. 매년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상폐) 사유가 발생하는 바이오가 한둘이 아니다. 상장폐지 우려는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대표적 과제 중 하나다. 미래성장산업이라는데, 왜 유독 투자자를 울리는 바이오가 많을까. 매년 반복되는 K-바이오의 상장폐지 리스크(위험)를 점검하고, 적절한 해법을 모색할 때다.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을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국내 신약 개발 회사 대표 A씨)

바이오 기업 사이에선 우리 증시 상장 유지 조건 중 법차손이 가장 큰 걸림돌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 기업이 3년간 2회 이상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법차손 요건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을 3년간 유예한다. 즉 3년간 유예기간이 끝난 뒤 2년 연속(3년간 2회 이상) 법차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 5년째부터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 법차손은 기업이 계속 운영하고 있는 사업 활동을 통해 발생한 손익에서 법인세를 차감하기 전의 손실이다. 즉, 기업의 지속적인 사업에서 발생한 순손실을 의미한다.

특히 법차손 요건은 자기자본과 손실 기준이라, 단순히 인수합병(M&A)이나 신규 사업으로 매출을 늘린다고 해결할 수 없다. 자본 확충이 필요하고 손익을 개선해야 하는데, 거시경제 및 주식시장 분위기나 글로벌 업황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이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올해 한국거래소는 상장 유지 조건을 개편했는데, 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규제 완화를 기대한 법차손 요건은 아예 손대지 않았다.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매출액 기준을 높이면서 시가총액 600억원을 넘으면 문제 삼지 않는 보완 장치를 마련했지만, 법차손은 이와 무관하다. 즉 시총 600억원을 넘더라도 법차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상폐) 당할 수 있단 뜻이다.

바이오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신약 개발 바이오의 특성을 고려해 상장 유지 조건을 완화해주길 기대했건만 오히려 매출액 기준을 높였다. 매출액 요건이야 시총 600억원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핵심인 법차손은 그대로 뒀다.

한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시장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인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매출 요건을 면제하는 제도 개선은 환영"이라며 "법차손 요건 역시 시가총액 기준으로 면제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법차손 요건은 자기자본과 손실의 문제인데, 자본이 부족하면 시장을 통해 확충할 수 있는 부분이라 (재무 건전성이 부실한 기업은) 시장에서 환기할 필요가 있어 이번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에서 빠졌다"며 "앞으로도 법차손 요건은 특별히 수정을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에선 법차손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코스닥 기업이라고 모두 똑같은 상장 유지 조건을 적용하지 말고, 신약 개발 바이오처럼 특수성이 있는 영역은 맞춤형 제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단 주장도 제기한다. 신약 개발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제품 상용화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대표 A씨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나 CDMO(위탁개발생산)와 신약 개발은 다르다"며 "신약 개발 바이오만 보면 법차손은 정말 나쁜 법"이라고 말했다.

또 "신약 개발이 제조업도 아니고, 10년을 투자해도 매출 성과가 나올까 말까 하는 분야 아니냐"며 "지금 잘나가는 해외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에 법차손 요건을 적용하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유예기간을 10년 정도로 확 늘리고 그때까지 제대로 된 연구개발 또는 상업화 성과를 못 내면 확실하게 퇴출하는 방식이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법차손 요건을 없애면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회계법인 고위 인사는 "법차손 규제까지 풀면 여러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의 재무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액주주나 투자자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며 "제대로 된 바이오 기업이라면 자본시장을 통해 얼마든지 건전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효율적인 경영 활동을 통한 비용 절감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3년 중 2회 이상 법차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정도면 그만큼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단 의미거나 경영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지금도 상장한 지 10년이 넘은 바이오 기업 중 연구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재무 안전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많은데 이들을 주식시장에서 언제까지 기다려줘야 하냐"고 비판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와 규제가 엇박자를 낸단 목소리도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당장은 기업가치가 좀 미흡하다 해도 기술력이 있는 회사를 증시에 올려 산업을 육성한다는 게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라며 "지금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한국이 기회를 잡고 있고, 이 기회를 놓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에 혁신 기술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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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김선아 기자입니다.

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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