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바이오 발목 잡는 상폐 리스크, 해법은④.끝.

바이오 업계에선 신약 개발 맞춤형 상장 유지 조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우선 스스로 연구개발(R&D)이나 경영 활동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또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은 인정하더라도 신약 개발 분야에만 맞춤형 제도를 적용하면 다른 업종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무엇보다 바이오 업계 스스로 무너뜨린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란 비판이 눈길을 끈다.
지금 상장유지 조건이 바이오에 적합하지 않다는 현장의 아쉬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약 개발은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매출을 키우고 손익을 개선하기 위해 일반 제조업처럼 제조시설을 구축하고 생산능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바이오를 우리 산업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신약 개발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상장 유지 조건을 마련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 상장 유지 조건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기술특례상장은 바이오처럼 당장 매출 기반이 없는 기업의 IPO(기업공개)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관련 산업과 기술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이 3~5년의 관리종목 유예기간이 지난 뒤 매출액과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약 개발을 등한시하면 혁신 기술이 탄생할 수 있겠냔 지적이다. 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 기조와 어울리지 않는단 비판도 있다.
다만 바이오에 대한 상장폐지(상폐) 기준 완화 등 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의 신뢰 회복이 먼저란 목소리도 새겨들어야 한다. 2005년부터 국내 많은 바이오 기업이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바이오 의약품)로 성장한 토종 혁신 신약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여러 바이오 기업이 임상 실패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배임 및 횡령 등으로 투자자를 울렸다.
또 바이오는 주로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밟기 때문에 다른 업종과 비교해 이미 IPO 과정에서 수혜를 보는 측면도 있다. 실제 최근 5년여간(2019년~2025년 1분기) 188개 회사가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했는데, 이 중 바이오를 포함한 헬스케어가 주력인 기업이 79개로 전체의 42%에 달했다.
더구나 바이오 기업이 IPO 과정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전망 실적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등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 중 IPO 때 제시한 전망 실적에 부합하는 성과를 올린 기업은 손에 꼽는다. 바이오 공모주를 청약한 뒤 80~90% 이상 손실을 본 투자자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비상장 시절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이나 사모펀드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IPO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도 많다. IPO는 주요 주주의 엑시트보다 공모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투자를 확대해 미래 가치를 높이는 목적이어야 한다. 즉 많은 바이오 기업이 '상장을 위한 상장'에 매달리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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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바이오가 분명한 특성이 있는 산업이라 해도, 유독 바이오만 특별하단 이유로 독자적인 맞춤형 제도를 요구하는 데 비판적 입장"이라며 "이미 바이오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혜택을 받는데, IPO 단계에서 없는 이슈까지 끌어다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상장 뒤 여러 문제를 노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벤처캐피탈 역시 바이오 기업의 IPO를 통한 이익 실현에 몰두하며 지나치게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등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오 기업의 상장폐지를 방지하기 위해 법차손 요건을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한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대표는 "IPO에 도전할 땐 기술의 강점을 내세우며 대형 기술이전을 호언장담하거나 앞으로 수년 안에 수백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내겠다고 해놓고 법차손 요건을 없애달란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IPO 때 공모시장의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제시한 전망 실적이나 성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기업은 꼭 상장폐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는 환경이 더 공정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IPO 뒤 연구 성과나 매출 실적을 증명하지 못할 기업이라면 당장 상장을 하지 않는 게 정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