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환자 '8주 초과 진료 심사' 한의사들 반발

교통사고 환자 '8주 초과 진료 심사' 한의사들 반발

정심교 기자
2025.07.28 16:21
대한한의사협회와 보험이용자협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속 회원 300여명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토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악 철폐를 위한 경기·인천권 궐기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준택 인천시한의사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이용호 경기도한의사회장. /사진=한의협
대한한의사협회와 보험이용자협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속 회원 300여명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토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악 철폐를 위한 경기·인천권 궐기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준택 인천시한의사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이용호 경기도한의사회장. /사진=한의협

교통사고 피해자가 8주를 넘겨 진료받을 때 보험금 지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하자, 한의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개정안은 쉽게 말해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를 넘겨서까지 진료받고, 그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는 시스템'에 칼질하겠다는 취지인데, 한의사들은 개정안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이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뭘까.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0일 입법예고한 이 개정안은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 교통사고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받을 경우, 치료 개시 후 7주 이내에 상해의 정도, 치료 경과에 관한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자동차보험의 부정수급을 막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익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자동차보험 수입 감소와 손해율 상승 등에 따른 결과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8%로 전년(80.7%) 대비 3.1%p 상승했다. 이는 보험료 수입(원수보험료)이 감소하고, 사고건수 증가 등으로 발생손해액이 확대된 것에 기인한다.

국토부는 개정안에 대한 보도설명자료에서 "자동차보험은 관절·근육의 삠·긴장 증상을 경상으로 구분하며, 자동차사고로 인한 경상환자의 90%가 사고 발생일로부터 8주 이내 치료를 종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그 근거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에서 치료종결 기간을 최대 4주로 설정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의협은 "상해등급이 같더라도 환자마다 건강 상태, 사고 상황, 치료 경과 등에 따라 온전히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의학적으로 '치료의 종결'은 사고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국토부에서 제시한 '경상환자의 90%가 사고 발생일로부터 8주 이내 치료 종결'에 관한 데이터가 공개돼있지 않다"며 "이 '8주'라는 기간이 '(사고 후) 원상회복까지 걸리는 기간'인지, '경상환자와 보험회사 간 합의까지 소요된 기간'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정유옹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 서만선 TF위원장, 박용연 대전광역시한의사회 보험이사가 지난 10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삭발에 임하고 있다. /사진=한의협
(왼쪽부터) 정유옹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 서만선 TF위원장, 박용연 대전광역시한의사회 보험이사가 지난 10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삭발에 임하고 있다. /사진=한의협

또 의협의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에서 언급한 치료종결기간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이 지침에서 언급한 '치료종결기간'은 해당 상해에 대한 일률적인 한 가지 치료 기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서 "같은 손상이어도 치료 방법, 환자 나이, 신체 상태에 따라 치료 기간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성찬 회장은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교통사고 당한 환자는 치료 연장을 위해 일방적으로 정해진 기한 내에 자료를 준비해 보험사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며 "보험사는 해당 자료를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진료비 지급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셀프 심사'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따라, 의료기관과 전문심사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역할을 분담하여 관리해오던 의료적 판단 체계가 파괴되고,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협 중앙회와 시도시부 회원 3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지난 1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국토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악 철폐를 위한 중부권역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한의협
한의협 중앙회와 시도시부 회원 3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지난 1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국토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악 철폐를 위한 중부권역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한의협

한의협은 '이의제기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환자가 보험사의 심사 결과에 불복할 경우 보험사가 스스로 민원을 조정기구에 회부하고, 7일 이내에 판단을 받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이의제기 절차가 매우 부실하다. 피해자(환자)가 행정적, 시간적, 정신적 부담을 오롯이 떠안도록 만든 비상식적인 설계"라며 "이런 체계는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용해 민간 보험사만 배를 불리고, 공익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비에 대한 심사는 현재 보험사로부터 심사업무를 위탁받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속 수행하며, 보험사가 진료비 지급을 자체적으로 심사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개정안은 8주 초과 치료에 대한 분쟁을 보험사가 아닌 '공적기구'를 통해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한의협은 "국토부는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이 수행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이미 지급된 진료비에 대한 심사일 뿐 실질적으로 치료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키(key)는 보험사로 넘어간 게 팩트"라며 "국토부가 언급한 공적기구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지만, 그 모태가 각 보험회사와 공제조합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무 수행의 중립성' 등에 대해 경상환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의협은 오는 29일 대통령실 앞에서 '국토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악 철폐를 위한 서울·강원권 궐기대회' 세 번째 집회 개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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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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