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박나래의 '주사이모' 사건 파장이 의료계로 번지고 있다.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전문의약품을 투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다. 여기에 박나래에게 주사를 놨다는 '주사이모'가 비의료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사를 촉구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졌다. 박나래의 '주사이모'가 쏘아 올린 의혹 두 가지를 파헤쳐본다.

박나래 '주사이모'로 알려진 이모씨는 과연 한국에서 진료할 자격을 갖췄을까. 이씨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2~13년 전 내몽고라는 곳을 오가며 힘들게 공부했고,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내·외국인 최초로 최연소 교수까지 역임했다"며 "병원장, 성형외과 과장님 배려와 내몽고 당서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한국성형센터까지 유치할 수 있었다"고 썼다.
하지만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이하, 공의모)은 "확인한 결과, '포강의과대학'이라는 의대는 없었다"고 7일 밝혔다. 내몽고는 중국 33개 성급 행정구역 중 하나다. 중국의 의과대학 수는 집계 방식에 따라 162~171개다. 이 가운데, 중국의 공식 의대 인증 단체인 '전국개설임상의학전업적대학' 자료에 따르면 중국엔 162개 의대가 있는데, 그중 내몽고에 위치한 의대는 △내몽고의과대학 △내몽고민족대학 의과대학 △내몽고적봉의대(치펑의대) △내몽고포두의대(바오터우의대) 등 네 곳뿐으로, 이씨가 언급한 '내몽고 포강의대'는 없다.
이에 공의모는 "박나래 '주사이모'가 나온 포강의대의 실체는 '유령 의대'"라고 지적했다.
다만 기자가 취재한 결과, 내몽고의과대학에 소속된 병원 중 '내몽고포강병원'이 있다. 이곳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철강도시인 내몽고자치구 포두(Baotou)시에 위치해 있으며, 1500병상을 갖췄고, 의사 2000여명이 근무한다. '내몽고 포강의대'는 없지만 내몽고의대 소속 '내몽고포강병원'은 존재한다. 내몽고포강병원은 1999년 내몽골의과대학과 합병해 내몽골의과대학의 제3 부속병원이 됐다.

하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씨가 SNS에 올린 사진엔 '포강병원 의료미용과'가 중국어로 적혀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미용과'는 의료·미용의 융합을 바탕으로 피부과·성형외과 등 의료기관과 에스테틱·스파에서 근무할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과로, 의대가 아닌 보건계열 대학 또는 전문대에 개설돼있다. 의사 지시 하에 비침습적 스킨케어는 할 수 있어도 보톡스 주사, 영양수액 주사 같은 침습적 행위는 당연히 할 수 없다. 이는 이씨가 의사면허를 소지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기자가 포강병원 홈페이지를 둘러봤지만, 의사 목록에서 이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의모는 "의사가 아니어도 '의대 교수'라는 직함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씨의) 의사 신분 여부는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무자격자일 경우 의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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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한국 의사 면허증 취득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가 만약 중국에서 의대를 졸업했거나, 중국 의사면허를 갖고 있더라도 한국에서 의사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중국 의대 졸업자를 인정하지 않아 이들은 한국 의사국시에 응시조차 할 수 없어서다. 공의모는 "중국 의대 졸업자가 한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런 사람이 한국에서 의료행위를 한 경우 명백한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전 매니저들은 박나래가 일산 한 오피스텔에서 링거(수액) 맞는 사진 등을 제보했다. 박나래 매니저 A씨가 '주사이모' 이씨에게 "취침 전 약을 받을 수 있는지" 묻자, 이씨는 "지금 많이 준비하려고 처방전 모으고 있어. 이번 주 내로 2달 치 준비될 듯"이라고 답했다. 또 "붓기 약 2달, 취침 약 2달 준비됐는데 어떻게 할까?"라며, 2개월 치 약(전문의약품)을 구비했다고 언급했다는 것.
박나래는 우울증 치료제(항우울제)를 처방 없이 이씨에게 받아 복용했고, 2023년 MBC TV '나 혼자 산다' 대만 촬영에도 이씨를 데려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나래 측은 "(이씨가) 의사 면허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프로포폴 등이 아니라 단순 영양제 주사를 맞았다. 최근에는 연락한 적 없고, 시술도 받지 않고 있다"면서 "항우울제 복용은 사실이 아니다. 박나래씨가 폐쇄공포증을 토로하자, 이씨가 갖고 있던 약을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나 혼자 산다 촬영은 친분으로 함께한 것일 뿐 진료 목적은 아니"라고 했다.

박나래 측이 언급한 '영양제 주사 투여'가 사실이어도 비의료기관에서 전문의약품을 투여했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정맥에 꽂는 방식의 수액 형태는 '영양제 주사'를 포함, 모두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관리된다. 이런 처방전을 타인이 대신 발급(대리처방)받았거나, 무자격자가 유통·투여하는 행위는 약사법 등을 위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적법한 왕진이 아닐 경우, 의무기록을 작성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에 대리 처방과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향정신성 의약품 '클로나제팜'(신경안정제)과 전문의약품인 '트라조돈'(불면증·우울증약) 등이 사용된 정황이 보인다"며 "수사 당국은 향정신성 의약품 불법 유통 경로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해당 약물이 어떤 경로로 비의료인(이씨)에게 전달됐는지, 도매상 유출인지 혹은 의료기관의 불법 대리 처방이 있었는지 수사당국은 확인해야 한다"며 "불법 행위가 확인된 당사자는 물론, 유통에 가담한 공급책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