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어르신 한의 주치의' 도입…한방 난임치료 지원 강화
의사들 "한의학 과학적 입증 불가" vs 한의사들 "이미 효과 검증"
정부 "의료계 이견 알고 있다…협진체계 강화 노력"

정부가 내년 중 고령층 대상의 '한의(韓醫) 주치의'를 도입하고 한방 난임치료 지원 수준을 높이는 등 한방 정책을 강화하겠단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이 고조된 분위기다. 한의사들은 "이미 충분한 근거가 축적된 치료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한의학 자체가 "과학적 치료 효과 입증이 어렵다"며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2026~2030)'엔 △어르신 한의 주치의 신규 도입 △한의 방문진료·재택의료 제공 확대 △한의약 난임 치료 지원 강화 등 한방 관련 정책을 강화한단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한의 주치의는 내년 도입될 '한국형 다학제팀 기반 주치의' 모델과 운영 시기가 겹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 한의 주치의 사업모형을 마련, 하반기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뒤 평가를 거쳐 2029년 하반기 본사업으로 올리겠단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주치의제는 의과 주치의와 한의과 주치의 모델의 '투 트랙'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한의약 난임 치료 지원 사업의 경우 지자체 사업에 대한 정부 모니터링과 평가, 컨설팅 등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의사들 사이에선 한의 주치의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그 역할엔 한계가 분명하단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의대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한의사 관련 수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임상 의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과학·의학적 치료 효과와 환자 경험 데이터 등 분명한 성과가 먼저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교수)은 기자와 통화에서 "정부가 만들어갈 '주치의'의 개념이 무엇인지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한의 주치의가 도입된다 해도 이들이 볼 수 있는 질환은 근골격계 질환에 국한된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관리가 불가한데 제도 운영 자체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의약 난임 치료 지원을 두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의협은 "정부와 지자체는 과학적 근거가 전무하고 위험성만 가득한 한방 난임 치료 지원 사업을 즉각 폐기하라"고 비판했고, 서울시의사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한방 난임 치료 효과를 입증할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이나 장기 추적 연구가 부족하다"며 "표준화된 치료 프로토콜과 명확한 적응증도 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인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의약 난임 치료에 대해 "과학적 입증이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다.
반면 한의사들은 한방의 난임 치료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고 반박한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이 제작·발표한 '여성난임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근거로 들며 "난소예비력 저하 여성에 대한 한약 치료의 근거 수준은 B(Moderate·중등도), 보조생식술을 받은 여성에 대한 침 치료는 A(High·높음) 등급"이라고 주장했다. 지침에 따르면 중등도는 '효과 추정치에 대한 확신을 중등도로 할 수 있음'(효과 추정치는 실제 효과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히 다를 수도 있음)을, 높음은 '효과 추정치가 실제 효과에 가깝다는 것을 매우 확신할 수 있음'으로 명시돼 있다. 다만 이는 복지부가 제시한 공식 지침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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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 수립 추진단 공동단장인 고성규 경희대 한의대 학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한방치료는 난임·불임에 매우 특화된 분야이며 지자체에선 이미 약 200곳 기관에서 한방 난임 치료를 지원 중으로 중앙 정부의 지원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의 주치의의 경우 의사들이 만성질환 관리가 어렵다고 비판하지만 한의사를 주치의로 투입하되, 약물 투여 등(의과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양방과 협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간다면 제도 운영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계 내 이견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양한방 협진 체계 구축을 우선으로 하는 모양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과와 한의과 간 협진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양측에서 요구하는 내용의 간극을 메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