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유빈도 "도와달라" 35만 모였는데…국회서 멈춘 '신약 청원'

원더걸스 유빈도 "도와달라" 35만 모였는데…국회서 멈춘 '신약 청원'

박정렬 기자
2026.01.09 13:23
22대 국회에 올라간 신약 청원/그래픽=김지영
22대 국회에 올라간 신약 청원/그래픽=김지영

22대 국회가 국민청원을 통과한 신약 관련 사안들을 외면하고 있다. 1년 넘게 한 건도 검토하지 않고 있어, 환자 생명과 국민 건강에 소홀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중증·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고가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와 급여 기준 등을 추진하는 것과도 엇갈린 행보란 지적이다.

9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전체 회의에서 청원심사소위원회(청원소위) 위원장인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에게 "매우 유감"을 표시했다. 반복적으로 청원심사 연장을 요청한 점을 지적하면서다. 박 위원장은 "제가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만든 장본인"이라면서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복지위)에서 작동이 안 되니 (마음이) 어렵다. 잘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동의청원 처리 절차./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처리 절차./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은 등록 후 5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을 국회에 넘겨 심사한 후, 채택 시 본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부로 이송해 결론을 맺는 '국민 소통 제도'다. 청원권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으로 국가는 청원 심사 의무를 갖는다. 복지위 담당 청원은 대부분 암이나 유전병과 같은 중증·희귀 난치질환의 신약을 허가하거나 급여 적용해달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청원을 처리하는 '첫 통로'인 복지위 청원소위는 2024년 7월 구성된 지 1년 반이 되도록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과 지난해 1월, 2월, 6월, 9월, 11월 그리고 올해 1월까지 총 7차례 심사 기간 연장만을 요구했다. 국회법상 국민동의청원은 늦어도 7개월 이내 청원소위에서 논의해야 하지만 '장기간 심사를 요하는' 청원은 처리 기간에 제약이 없다.

MSD 웰리렉(사진 왼쪽)과 다이이치산쿄 엔허투 제품 사진
MSD 웰리렉(사진 왼쪽)과 다이이치산쿄 엔허투 제품 사진

환자·보호자의 호소와 국민의 응원이 담긴 '신약 청원'은 현재 총 7건이 성사돼 국회에 넘어갔다. 2024년 7월 이후 △폰히펠린다우증후군 치료제 웰리렉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2건)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 △유방암 치료제 '투키사' △폐암 치료제 '레테브모' 등으로 모두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신약 비용 부담을 낮춰달라는 내용(건강보험 급여화)이다.

이들 신약 청원에 동의한 전체 인원은 35만8059명으로, 지난해는 원더걸스 유빈이 '투키사'의 급여 청원 동의를 공개 호소해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유빈은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라며 "저희만이 아니라, 앞으로 유방암 환우분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와도 연결된 중요한 문제"라고 동참을 부탁했다.

원더걸스 유빈은 지난해 9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사촌오빠가 올린 '유방암 치료제(투키사) 건보 적용 요청' 관련 청원을 공유하며 동참을 호소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원더걸스 유빈은 지난해 9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사촌오빠가 올린 '유방암 치료제(투키사) 건보 적용 요청' 관련 청원을 공유하며 동참을 호소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업계에서는 신약 급여는 행정의 영역이라 입법기관인 국회의 역할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도 본다. 다만, 국민청원이 신약에 대한 환자의 요구와 국민의 관심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사장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전 21대 국회에서도 8건의 의약품 관련 청원이 회부되고도 임기 만료까지 다뤄지지 못한 채 폐기됐다.

한 신약 업계 관계자는 "국민동의청원이 성사되면 암 환자와 보호자들이 언제 급여가 되는지, 어디서 처방받을 수 있는지 등을 암 카페나 회사에 계속 문의하는데 안타까울 뿐"이라며 "절박함과 막막함 속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회 문을 두드린 이들과 국민들의 성원을 외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복지위 청원소위는 2023년 4월 18일에 마지막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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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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