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공장 투입을 공식화하면서 '노동의 대격변'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산업용 로봇 다음으로 가장 널리 상용화된 수술용 로봇도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 발전에 따라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외과 의사·로봇 개발사는 "시간문제일 뿐 예정된 미래"라고 바라봤지만 당장 도입은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기업가 피터 디아만디스의 팟캐스트 '문샷'에 출연해 3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이 외과 의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술 로봇이) 3년이면 인간보다 낫고, 4년이면 거의 모든 인간보다 낫고, 5년이면 비교 자체가 안 될 것"이라며 "사람들은 로봇이 얼마나 많아질지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지구상에 있는 외과 의사보다 훌륭한 외과 수술을 하는 옵티머스 로봇(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의대 진학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수술용 로봇은 인튜이티브서지컬사의 '다빈치'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미래컴퍼니 '레보아이'가 있다. 신장결석에 로엔서지컬의 연성내시경 수술 로봇 '자매닉스', 인공관절은 큐렉소의 '큐비스 조인트'와 같이 분야별 수술용 로봇도 상용화에 성공했다.
수술실에서 로봇이 사용된 역사는 꽤 길다. 다빈치의 경우 1999년 출시된 후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누적 1694만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도 200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20년간 다빈치를 통해 37만여건의 수술이 집도 됐다.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다빈치 로봇 수술은 8분 15초마다 한 건씩 시행됐다고 한다.

아직 모든 수술용 로봇은 의사를 대체하는 자동화 단계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의사가 직접 로봇 팔을 잡아 움직이거나 조종간(콘솔)에서 조작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특히, 의사가 콘솔에 앉아 수술하는 다빈치 로봇수술은 수술대에서 로봇 팔을 옮기거나 출혈을 잡는 의료진이 항상 있어야 한다. 인건비 절감의 목적보다 일부 질환에서 정교한 치료가 가능하고, 비급여라 수술비용이 높아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이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과 의사들은 일론 머스크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외과 의사를 대체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방향성은 긍정하면서도 '시기'는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강정현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이미 자율 로봇이 외과 영역에서 비교적 단순한 수술을 수행한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면서도 "단 기술적으로 완성되는 것도 3년 이내는 어려울 것 같고 이후에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도 최소 5년 이상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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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기적으로는 로봇이 인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수술할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치료 결과에 대해 로봇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로봇과 외과 의사의 '협업 모델'로 수술 시스템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자율주행차와 비교를 통해 역시 '3년 내 자율 수술'은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 교수는 "다빈치 로봇수술은 전 세계에 1만여대가 설치됐고, 테슬라 자동차는 600~80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안다"며 "수술과 운전의 복잡성· 안전도 차이를 무시하더라도 이 비율만큼 데이터 축적→AI(머신러닝) 개발 속도에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기기 숫자는 물론 작동 시간 역시 누구나 매일 하는 운전과 정해진 사람이 한 번에 오래 하는 수술은 차이가 크고 데이터 격차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자율 주행이 10년 만에 가능했다면, 자율 수술은 AI 기술이 좋아지고 칩 성능이 개선 돼도 (데이터양의 차이로) 10~50년은 걸릴 듯하다"며 "설령 AI나 로봇이 의료 현장에 도입되더라도 영상의학과·내과와 달리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외과는 의사가 직접 나서거나, 감독해야 해서 더 오랜 시간 많은 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봇 개발사의 의견도 의사와 비슷하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명예교수인 권동수 로엔서지컬 대표는 "AI와 로봇은 수술 과정에서 치료 범위와 혈관·신경 위치를 가이드해 의사의 실수와 오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된다"며 "아직은 수술 로봇이 의사를 100% 보조하는 수준에조차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로봇이 발전하면서 수술할 때 필요한 의사가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로봇이 의사를 대체하려면 치료 결과를 비교 증명해야 하는데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규제 당국으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획득하기조차 까다로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미래컴퍼니 수술로봇 사업부문장(전무)은 "수술 로봇은 휴머노이드보다는 로봇 팔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형태로 먼저 도입될 것"이라 말했다. 현재 수술 로봇 시장을 독과점하는 '다빈치'가 AI의 재료인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한 만큼 수술 특화 자율 로봇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수술 로봇 기술을 고도화하려면 우선 병원에서 쓰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데이터를 쌓아야 하는데 이런 선순환 구조를 국내 기업은 만들기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국산 로봇 수술기도 임상에서 충분한 근거를 쌓았지만 병원과 의사로부터 '굳이 국산 장비를 써야 하느냐'며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문장은 "테슬라나 인튜이티브서지컬과 같은 해외 회사가 자율 수술 장비를 만들어내면 국내 로봇 산업은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로봇 수술 개발만이 아니라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국립대병원 할당제와 같은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