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지역의사제 의료정책포럼]
지역의사제 도입에…"진료 제공할 환자 없어"
"日·대만 대비 제재수준 과도…경직된 제도" 주장도

의과대학 졸업 후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제'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의사 단체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의무 복무 불이행 시 제재 수준이 과도하고 지역 소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란 주장이다.
김유일 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는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제도가 배치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지역의사제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적절한 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역의사가 제공할 의료 질 자체가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의사제는 전국 32곳(서울 제외) 의대에 도입될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뽑은 의대생을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는 '복무형'과 △전문의가 특정 지역 의료기관과 5~10년간 종사 계약을 맺는 '계약형'으로 나뉜다. 이 중 복무형에 대해 정부는 내년부터 확대되는 의대 정원 증원분(연평균 668명)을 지역의사 전형에 할당한다.
김 교수는 "지역의사 모집과 배치가 중진료권 기준으로 세분화됐는데, 병상 과잉 공급 지역에선 의사를 선발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누락돼 이미 형평성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며 진료권을 재설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실제 정부안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구리시 등은 선발 지역에 포함됐지만 고양·파주·김포시 등은 선발권에서 빠졌다.
김 교수는 "형평성 문제 최소화를 위해 광역(대)진료권을 기준으로 정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적정 (인력)배치 기준도 논의돼야 한다"며 "일본은 전문과목·지역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산출하는데, 우리도 세부 통계를 파악해 인력 책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수 의협 정책이사는 지역의사제가 해외 유사한 제도 대비 강제성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의무 복무 기간은 한국 10년, 일본 9년, 대만 6~10년이다. 의무 복무 불이행 시 우리나라는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지원금을 환수하지만 일본은 전문의 자격 제한, 대만은 지원금 환수로 세부적으로는 차이를 보인다. 김 이사는 "우리 지역의사제는 한번 프로그램에 들어오면 의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탈출 경로가 없다"며 "가장 경직되고 엄격하게 규제하는 게 한국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구 감소와 경제·사회적 여건의 점진적 악화로 공공·지방의료기관은 적정 환자 규모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환자 수가 유지돼야 의사의 술기와 진료 능력이 높아지고 병원 수익성이 확보되는 선순환 구조가 나오는데, 이 구조가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자들의 PICK!

의대생 대표로 포럼에 참석한 장우진씨(경희대 의대 24학번)는 "일반 전형 출신과 지역의사제 출신 간 차별도 우려된다"며 "외려 지방 근무를 희망했던 학생들까지 반감이 생길 수 있어 근무 형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의협을 향해서도 전체 의사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 대변인을 지낸 최 원장은 "정책과 법안이 인력 공급에만 치중될 뿐 한정된 의료 자원의 합리적 활용안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며 "의협 차원에서 흩어진 의료계 의견을 모아 실효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