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응급의료체계 소생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2025.08.12. kmn@newsis.com /사진=김명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3/2026031215014081255_3.jpg)
'응급실 뺑뺑이'(응급실 재이송)를 막기 위해 당정이 법 개정과 시범사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정작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은 "응급의료를 정치적 도구로 삼는 행위는 그만해야 한다"며 날을 세운다. 무슨 일일까.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해 심사했다. 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11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역시 이 법안의 주요 내용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시범사업에 더 큰 힘이 실리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살릴 수 있었던 환자가 길에서 죽는 일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한다"면서 "국민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응급실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드릴 수 있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광주와 전남북 지역 78개 응급의료기관을 상대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3개월간 진행되는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은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한 △지역별 응급환자 이송 지침 마련 △중증도에 따른 이송 병원 선정 등을 골자로 한다.
시범사업에 따르면 심정지 등 최중증 환자는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으로 즉시 이송된다. 중증 환자의 경우 119가 수용 병원을 탐색하다 3차례 문의에도 확보할 수 없다면, 광역상황실이 우선 수용 병원을 정해 환자를 도맡게 한다. 중등증 이하 환자는 119가 사전에 마련된 지침에 따라 이송한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119강제수용 입법저지와 '응급실뺑뺑이' 해결을 위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등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1.07.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3/2026031215014081255_4.jpg)

이처럼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방편을 당정이 내놨지만, 정작 응급실 의사들의 반응은 차갑다. 대한응급의사회(응급의학과 봉직의·촉탁의 단체)가 최근 전국 응급의학과 의사 1200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96%가 시범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단호하게 부정했다. 응답자의 98%는 배후 진료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를 강제 수용했을 때 발생할 사고에 대해 의료진 개인의 법적 책임이 더 커질지 우려하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94%는 불가피하게 수용을 할 수 없더라도 행정적 처벌이 뒤따를까 걱정했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를 압축하면 △이송 병원 강제 지정 우려 해소 △불가항력 의료사고 책임 완화 방안 등 근본적 대안이 시급하다는 게 의사들의 입장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논의 중인 개정안들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환자를 살리는 최종 치료'가 아니라 '응급실에 환자를 빨리 이송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응급실 수용 곤란의 구조적 책임을 현장 의료진에게 전가하기 위한 면피성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19구급대나 상황실에 이송 병원 선정 권한을 일방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은 재난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의학적 판단이 배제된 채 무조건 환자를 밀어 넣는다면, 응급실은 마비되고, 이미 치료받던 중증 환자들의 생명마저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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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에 따르면 응급실은 환자를 수용할 수 없을 때 '수용 불가 사전고지'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 회장은 "이는 비현실적인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매시간 변하는 병원 상황을 실시간 시스템에 입력하고 고지하라는 건 여러 차례 실패로 판명된 정책의 반복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이 회장은 "호남지역 시범사업은 광역상황실이 역할을 확대하고 우선병원을 지정하는 등 '환자를 이송하는 것'에만 집중할 뿐, 이송 이후 실제 치료가 가능한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서 "'지역 이송지침 존중'이라고 하지만, 이는 결국 '그 지역이 알아서 감당하라는 책임 방기'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응급의학의사회에 따르면 이번 시범사업 시행 후 해당 지역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이탈이 늘고 있다. 의사회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지금 필요한 건 '강제 이송 법안'이 아니라, 중증 응급환자를 끝까지 치료할 수 있는 인력·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투자"라면서 "전문가를 배제한 일방적 입법 강행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한 모든 결과의 책임은 이를 강행한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