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엘리먼트 최대주주 등극…진단·신약부터 예방의학 아우르는 확장성 주목
AI 기술 발달 따른 유전체 정보 활용 확산…전체 유전체 시장 2030년 130조원 규모 전망

삼성전자(302,500원 ▼19,500 -6.06%)가 미국 유전체 분석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엘리먼트)의 최대주주에 오른 가운데, 유전체 분석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전체 데이터는 진단과 신약개발, 예방의학을 아우르는 미래 정밀의료의 '원유'(原油)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전체 분석은 개인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해독해 질병 위험과 치료 반응 등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과거에는 학술 연구 목적이 중심이었지만, 기술 발전으로 분석 비용이 크게 낮아지고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해석이 접목되며 의료와 제약 산업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분야는 암 진단이다. 최근에는 환자별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하는 정밀의료가 확산되고 있다. 폐암의 EGFR·ALK 변이, 유방암의 HER2 발현 여부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특정 유전자 특성을 가진 환자에게만 효과를 보이는 타깃형 항암제가 늘어나면서 유전체 분석은 치료 과정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희귀 유전질환 진단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8000여 종에 달하지만 미국에서 정확한 진단에 필요한 기간은 평균 6년에 달한다. 진단 과정에 필수적인 유전체 분석에서 인간 유전자 1개당 해석해야하는 변이가 1만개 이상인 탓이다. 하지만 최근 AI를 활용한 분석 기술이 빠르게 향상되며 진단 확률과 속도도 급격히 개선됐다.
신약개발에서도 유전체 데이터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 표적 발굴과 임상시험 대상자 선별, 치료 효과 예측에 유전체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표적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개발이 확대되면서 관련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정 치료제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동반진단 시장 성장 역시 유전체 분석 산업 확대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예방의학 분야로도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개인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치매 등의 발병 위험을 예측하고 맞춤형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유전체 분석이 치료 중심 의료를 예방 중심 의료로 전환시키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유전체 분석 장비 시장은 미국 일루미나(Illumina)가 주도하고 있다. 유전체 분석 장비는 그동안 산업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분야로 꼽힌다. 일루미나는 이 중에서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장비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표준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 왔다. 전 세계 연구기관과 병원, 제약사 상당수가 일루미나 장비를 활용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액은 6조원 이상이다. 삼성이 투자한 엘리먼트는 비용 효율성과 분석 성능을 앞세워 일루미나 독주 체제에 도전하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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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유전체 분석 시장 경쟁 중심은 장비 판매에서 데이터 확보와 활용 역량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DNA를 얼마나 빠르게 읽느냐보다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가 추가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체 정보가 더이상 분석을 기반으로 한 진단에 그치지 않고 신약개발과 정밀의료, 의료 AI의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유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70억달러에서 2030년 850억달러로 연평균 12.6%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정밀의료와 신약개발, 의료 AI 확산에 따른 유전체 데이터 활용 증가가 시장 성장을 이끌 동력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장비 개발보다는 데이터 분석과 정밀의료 플랫폼 분야에 집중해 왔다. 국내 유전체 분석 산업을 개척한 대표 기업으로 연구기관과 병원, 제약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마크로젠(12,850원 ▲760 +6.29%)을 비롯해 쓰리빌리언(7,190원 ▼110 -1.51%)(AI 기반 유전변이 해석 플랫폼), 지니너스(2,965원 ▲95 +3.31%)(암 유전체 분석 기술) 등이 꼽힌다. 바이오벤처 중심의 국내 산업 특성상 초기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장비 중심 성장에 제약이 뒤따른 것이 배경이다.
업계는 AI 확산으로 유전체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규모 측면에서 밀린 국내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역시 단순한 바이오 투자라기보다 미래 의료 데이터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베팅으로 해석된다.
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는 "유전체 기술 발전으로 시퀀싱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이제는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가 진단과 신약개발 전반에 활용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과거 소수의 유전변이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현재는 수백만 개의 변이를 분석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라며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전체 장비 기업보다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진단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 대표는 "앞으로는 얼마나 풍부한 유전체 및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로 해석해 의료적 가치로 연결하느냐가 유전체 기반 진단과 신약개발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