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란 말이 있다. 베트남 전쟁당시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병사들 가운데 최고위 장교였던 짐 스톡데일은 8년이라는 수감생활과 20회 이상의 모진 고문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다른 미군 포로들의 정신적 리더로서 이들의 생존을 도왔다. 그가 모두를 생존으로 이끈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낙관론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들이었다. 낙관주의자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그렇게 되지 않으면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근거 없는 희망만 품다 결국 상심해 죽어갔다. 그러나 현실주의자들은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언젠가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아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신념을 잃지 않으면서도 눈앞에 닥친 현실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해야하는 것이 생존과 성공을 위한 기반이라는 의미다.
지난 주말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 지원에 합의했지만 유럽 재무장관들은 20일(현지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120억유로의 그리스 긴급대출 지원 여부를 다음달 중순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그리스 의회의 긴축안 통과를 전제해야만 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최후의 통첩이나 다름없었다. 그리스 의회의 재정긴축안 투표는 6월말 예정돼 있다. 그리스 야당은 여전히 긴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리스 사태가 이렇게 한시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이맘때쯤 썼던 그리스 기사들을 검색해 봤다. 세계 경제를 뒷걸음질치게 한 리먼 브라더스 파산때와 같은 위기가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유럽연합(EU)이 단일체제와 단일통화(유로)를 위해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사실 한 나라가 디폴트를 선언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데다 많은 것을 희생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이런 낙관론이 오히려 올들어 불확실한 전망만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낙관론에만 기댄 불확실한 전망은 투자자의 심리를 공격해 충분히 패닉상태로 몰아댈 수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6월이다. 어느 때보다도 현실을 직시해야 할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