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日도 AAA등급 강등, 제로금리 지속…WSJ "과거 日처럼 국채 금리 하락할 것"
잃어버린 트리플A 국가신용등급, 향후 2년간 계속되는 제로금리. 미국 경제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 현실은 10여년 전 일본이 겪은 것과 비슷하다. 일본은 지난 1998년 트리플A 등급을 잃고 10년 가까이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미국 경제가 일본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채권 투자자들이나 트레이더들에게는 일본의 지난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유사성이 지금처럼 현저해지기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에 최근 월가에선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과 일본 국채 수익률 간의 비교를 활발히 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1998년 등급강등 후 일본의 채권 시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과거 기록을 조사하고 있다. 일본과 같은 방향으로 간다면 미국의 국채 금리는 앞으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美도 과거 日처럼 국채금리 하락=짐 캐런 모간스탠리 글로벌 금리 전략 책임자는 "모두가 미국과 일본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 나섰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양국 경제 비교에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이 유일하다"며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케네스 커트너 월리엄스대학 교수는 뉴욕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 시절 닷컴버블 붕괴 이후의 미국이 왜 일본과 다른가에 대해 논문을 썼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와 비교하면 당시 미국의 주가 하락은 그리 심한 것이 아니었고 금융시스템도 견고했다. 또 미국 정부는 경기가 악화되면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있었다. 커트너 교수는 그러나 "지금은 미국과 일본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투자전략가들은 현재 2.23%인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향후 수개월 내에 2%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제로금리 정책 지속 방침에 미국의 단기 국채 수익률도 하락해 일본과 같은 수준이 됐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일본이 0.15%이며 미국은 0.18%다. 또 1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일본이 0.12%, 미국이 0.10% 수준이다.
윌리엄 오도넬 RBS증권 투자전략가는 "일본의 금리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의 제로 수준인 단기금리와 하락 중인 장기금리는 일본으로부터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12년 중반까지 1.7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모간스탠리의 캐런도 1.85%까지 하락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애더 CRT캐피탈 투자전략가는 올해 말까지 1.75~2.0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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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국채금리 하락 전망은 어떻게든 경기를 회복시켜야 하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경계해야 할 문제다. 수익을 내고 싶은 투자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도 있다. 인플레이션 전망이 다르다.
일본은 지난 10년 이상 완만한 디플레이션이 계속돼 투자자들이 국채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을 예상했다. 고정 금리 국채 수익률과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 수익률 간의 격차를 따져보면 일본은 앞으로도 10년 간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같은 방식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율이 약 2.2%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은 채권 투자 운용 수익을 잠식한다.
◇미국도 '잃어버린 10년' 보낼까=가장 큰 우려는 1990년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일본처럼 미국도 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잃어버린 10년'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많은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왔다. 미국은 일본과 국채시장과 정치제도, 경제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잃어버린 10년'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과거의 일본과 재정긴축이라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10년 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재정을 긴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중반 불황에서 빠져나와 성장을 시작해 1997년에는 정부가 세출 삭감과 증세를 실시했다. 그러나 그 결과 일본은 다시 침체에 빠졌다.
따라서 미국 경제 역시 일본처럼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에 재정긴축을 강요받아 경제성장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업수당 지급과 급여세 감세 조치 등 일부 경기부양책들이 곧 종료되는 탓에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호시 타케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지속적인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요구가 크지만 중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며 "그 모두를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경기부양 부담이 커졌다. 버냉키 의장은 지금까지 일본의 경험을 경고로 삼아 디플레이션 방지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연준이 지금 경기회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통화정책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커트너 교수는 "미국은 일본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통화정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