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토크①]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
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손꼽히는 '지한파'(知韓派) 석학이다. 10여 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자문위원 때는 한국의 외환위기를 연구했고, 현재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서 해외고문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도 자주 찾고, 최근에는 '기적에서 성숙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이라는 책에 공동저자로 참여키도 했다.

한국 경제의 속사정을 잘 아는 만큼 거침없는 충고를 보냈다. 국내에선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이 대기업그룹을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공정 경쟁의 규제만 갖춘다면 대기업그룹들이 가진 역량을 십분 활용해 성장의 밑거름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신년을 맞아 아이켄그린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와 글로벌 통화 시스템 등에 대해 그의 인사이트를 들어봤다.
-한국이 대기업그룹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가.
▶한국의 대기업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연구개발(R&D) 프로젝트들을 수행할 여력이 있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의 포트폴리오를 추진할 수 있다. 물론 그 중 몇 가지는 수익이 크게 나겠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기술 산업이 역동적인 한국은 R&D 촉진을 위해서라도 재벌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시장을 조작하지 않도록 규제하기만 하면 된다.
-대기업을 어떤 방식으로 규제하면 좋은가.
▶미국의 경우에는 반독점법이 있다. 아주 잘 작동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반독점법을 경쟁법이라고 부른다. 이같은 규제를 집행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선 원화 강세가 지속돼 수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화는 스위스의 프랑이 유럽에서 하는 역할을 아시아에서 한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 이는 한국에 불편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원화보다 더 그런 역할을 잘 할 통화가 아시아에 있다. 바로 싱가포르 달러다.
-한국의 고환율 유지는 더이상 어려워 보이는데.
▶한국은행이 원화 강세 하에서 잘 해내고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은 원화 변동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과 금융 시스템 규제를 이용하고 있다. 올바른 접근이다.
-앞으로도 달러가 계속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가 될 것으로 보는가.
▶기축통화는 다변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신흥시장이 계속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제는 미국 경제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미국은 더이상 글로벌 경제가 필요로 하는 모든 안전자산과 유동자산을 공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유로화와 위안화가 자연스럽게 달러화를 보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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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와 위안화도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
▶유로화와 위안화 모두 문제를 지니고 있고, 이들이 차기 기축통화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일찍이 강조한 바 있다. 유로는 정부가 없는 통화라는 문제가 있는 반면 위안화는 정부 개입이 과도한 통화라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유럽은 유로 위기를 끝내기 위해 '은행연합'(banking union), '재정동맹'(fiscal union), 정치통합(political union)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국은 위안화를 성공적으로 국제화하기 위해 은행 시스템 개혁과 점진적 자본시장 개방 등의 자유화와 규제철폐가 있어야 한다.
-향후 글로벌 통화 시스템의 리스크는 무엇으로 보는가.
▶만약 유로화와 위안화가 주요한 국제 통화이자 글로벌 유동성의 원천으로 부상하지 못하고 그와 동시에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글로벌 유동성이 부족해질 것이다.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 치달을 수 있는 최악의 결론이다. 그 재앙적인 시나리오는 사실상 대비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국 의회가 재정절벽 협상에 합의하면서 미국 경제는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은데.
▶미국은 재정절벽은 피했지만 부채 한도가 증액되지 않으면 2월 중순에 한도선이 무너질 위험이 여전하다. 3월에는 재정지출자동감축(sequester)이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경제는 아직 위험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주택시장 중심의 민간 부문은 좀 나아졌지만 정치적 불확실성과 재정 긴축에 치이고 있다. 미국은 올해 2%만 성장해도 매우 운이 좋은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