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수렁에 빠진 신흥시장 Q&A…美 금리인상·中 위안화 추가 절하 촉각 "9월이 분수령"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과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가 맞물려 신흥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이 한동안 안정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신흥시장이 수렁에 빠졌다며 신흥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를 문답형식으로 짚어봤다.
◇신흥시장 요동치는 이유는
신흥시장에선 최근 주가와 통화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요 신흥국의 증시와 통화 가치는 올 들어 각각 10% 이상 떨어졌다. 특히 말레이시아 링깃,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역사적 저점으로 추락했다. 여러 신흥국의 생명줄인 원자재 가격도 급락세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게 직격탄이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금융시장 자유화 조치의 하나로 보지만 성장둔화 및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를 부추겨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투매를 촉발했다.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급락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내 금리인상 전망이 악재가 됐다. 두 악재는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1일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기 전부터 신흥시장을 뒤흔들었다.
◇신흥국별 영향 및 대응은
일련의 악재가 모든 신흥국에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러시아, 남아공, 칠레, 콜롬비아 등 원자재 생산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타격을 입은 데 반해 한국을 비롯한 일부 신흥국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오히려 수입 부담을 덜게 됐다. 또 인도와 폴란드, 헝가리 등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제한적이고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터키, 러시아, 브라질 등은 정치적 리스크(위험)에 더 취약하다.
위안화 절하는 각국의 통화약세 유도 경쟁, 이른바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카자흐스탄은 이미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맞서 환율 규제를 완화했다. 나이지리아도 곧 뒤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신흥시장이 근본적인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한 경제구조 개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부채와 외자이탈을 둘러싼 우려도 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채무는 약 4조5000억달러로 지난 5년간 2배나 늘었다. 대부분 '달러 빚'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는 신흥시장의 채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FRB의 금리인상 전망에 올 들어 5% 넘게 올랐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자본이 달러 자산으로 복귀하면서 신흥시장에선 지난 13개월간 1조달러에 가까운 자본이 빠져나갔다. 유출액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2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의 자본유출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독자들의 PICK!
◇채권시장 향방은
신흥시장의 주식, 통화 가치가 동반 추락하고 있는 데 비해 채권은 비교적 탄탄한 모습을 띠고 있다. 신흥시장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달러를 차입해 현지 통화에 대한 약세 압력을 떠받치고 있다. FRB가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신흥국 채권 수요가 아직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흥시장 국채와 회사채에 대한 위험투자 수요가 최근 시들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사이먼 루 퐁 픽텟 자산운용 신흥시장 채권 부문 책임자는 "(신흥국 채권시장에)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다"며 신흥시장 통화에 대한 투매가 채권 등 다른 자산으로 번지면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위기 재현되나
FT는 1990년대 말에 터진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상황이 심각한 건 아니라고 진단했다. 신흥시장 위기가 선진국으로 전이될 조짐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러나 신흥시장 위기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의 성장둔화를 이유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연장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ECB의 양적완화는 내년 9월까지 시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FT는 9월이 신흥시장 위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FRB가 빠르면 9월16-17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본다. 미국 노동부가 9월4일에 발표하는 8월 고용지표가 금리인상 여부를 가늠하는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곧 위안화 추가 절하에 나설 것이라며 위안화 절하 폭과 속도가 신흥시장 위기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스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내년 말까지 8%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