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보이콧] ① 美정부, "화웨이 배후에는 中정부"…中의 사이버전 무력화

미국 정부와 화웨이의 갈등은 처음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삐져나온 한 사례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화웨이발(發) 사이버 신(新)냉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0세기 중반의 냉전과 비교하면 소련 대신 중국의 IT기업, 재래식 무기 대신 사이버 경쟁이다.
지난 7월 미국이 주도하는 영미권 첩보동맹인 '다섯 개의 눈'(Five Eyes·미·영·호주·캐나다·뉴질랜드) 5개국 정보 수장들이 모여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화웨이를 고립시켜 중국의 사이버전 위협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화웨이를 15년 전부터 벼르고 있었다. 2003년 미 IT회사 시스코시스템스가 화웨이를 상대로 지재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당시 시스코는 화웨이가 자사 라우터, 스위치에 적용된 특허기술과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무단복제한 뒤 저가에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도용사실을 일부 인정하고 시스코도 고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일본 경제전문지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서는 등 (화웨이는) 이미 워싱턴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였다"고 보도했다.
미 수사당국은 매년 고속 성장하는 화웨이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 장교 출신인 런정페이가 창업한 화웨이가 정부지원을 받으며 중국의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 매출 수십조 원을 기록하면서도 증시에 상장하지 않아 지배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점도 이 같은 의심을 증폭시켰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쓰리콤(3Com), 투와이어, 3리프 등 화웨이의 미 통신기업 인수 시도를 번번이 불허했다.
2012년부터는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이 본격화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중국정부로부터 자유롭다는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정부기관과 민간 기업에 화웨이 제품 사용중단을 권고했다. 하지만 미국 내 많은 통신사들이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서 미 정부의 우려는 커졌다. 이 때문에 2015년 9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사이버 첩보활동 행위를 근절하기로 합의했지만 제재가 뒷받침되지 않는 신사협정 수준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을 압박하며 '화웨이 퇴출'을 본격화했다. 지난 14일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가 자국 내 3, 4위 통신업체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 승인 조건으로 화웨이 보이콧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미국과 화웨이 간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고조됐고 이전 정권이 중국에 맞서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에 실망한 사람들은 다시 기대를 갖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이라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에도 나선 배경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 정부는 캐나다에 요청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화웨이가 순식간에 통신장비 세계 1위, 스마트폰 세계 2위로 올라서면서 중국의 IT패권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