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4300여 시위대 도심 곳곳에 집결·화염병, 최루탄 또 등장…친중 주니어스 호 의원, 레논벽 게시물 정화작업 촉구

발발한지 100일을 넘긴 홍콩 주말 집회·시위가 16주째 이어졌다. 이번에는 자유와 평화의 상징인 '레넌벽'을 둘러싸고 위기감이 고조됐다. 전일 늦은 오후로 갈수록 또다시 거리 곳곳에서 최루탄, 화염병이 등장하는 등 경찰과 일부 시위대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툰먼 지역에서 4300여 명의 시위대가 몰려 공원과 쇼핑몰 등지에서 크고 작은 집회 시위를 진행했다. 또 블룸버그가 인용한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6월 이후 체포·구금된 사람들의 숫자만 1474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시위에서 가장 관심이 쏠렸던 곳은 '존 레논벽(John Lennon Wall·레논벽)'이다. 레논벽이란 원래 체코 프라하에서 생긴 것으로 1980년대 체코가 공산국가였던 시절 젊은이들이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의 반전과 평화를 담은 가사 등을 벽에 낙서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반정부, 자유, 민주주의 등의 상징이 된 이 벽은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당시 홍콩에도 등장했는데 홍콩 도심 곳곳의 주요역, 보행자 터널 등에 시민들이 사진, 포스트잇, 예술품 등을 게시했다. 이번 '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에도 레논벽에 반정부 구호를 담은 각양각색의 다양한 게시물들이 붙었다.
문제는 홍콩의 친중·친정부 성향 주니어스 호(허쥔야오) 의원이 친중 세력을 대상으로 '레논벽 정화'를 촉구하면서 비롯됐다. SCMP에 따르면 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화작업을 촉구하는 한편 이날 오전 8시45분쯤 직접 청소도구를 들고 툰먼 지역에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행동이 충돌로 이어질 경우 우리는 그것을 강요치 않을 것"이라며 "오늘 우리의 목표는 홍콩을 청소하는 주민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정화작업에 반대해 곳곳에 검은 옷을 입은 반중 세력이 등장, 호 의원을 향해 "당신이 쓰레기다" "스스로를 치워라"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SCMP 보도에 따르면 우려했던 것과 달리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반중 세력은 가만히 이런 과정을 지켜본 뒤에 다시 게시물을 붙이기 시작했다는 보도다.
한 시민은 "그들이 벽을 허문다 해도 상관 없다"며 "우리는 백 개의 벽을 더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홍콩철로유한공사(MTR·Mass Transit Railway)에 따르면 이날에도 일부 시위대가 몰린 툰먼과 위안랑역을 잠정 폐쇄키도 했다.
레논벽에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 외 지역 곳곳에서 또다시 화염병과 바리게이트, 최루탄이 등장했다.
이날 오후 3시50분쯤 경찰이 최루탄 발사를 예고한단 뜻의 검은색 깃발을 흔들었고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오후 5시 툰먼 쇼핑몰 인근에서 실제 최루탄이 발사됐다. 시위대는 또 홍콩 정부청사에 걸려있던 중국 오성홍기를 끌어내리는가 하면 경찰을 향해 벽돌, 화염병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송환법은 보류됐지만 시위자들은 행정장관 직선제와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 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4일, 대규모 시위의 빌미가 됐던 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