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홍콩 민심이 떠난 주요 이유로 '주택난' 집어

홍콩의 한 부동산 개발업체는 '반값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다른 개발업체는 공공주택을 위해 농지를 기부하겠다고 했다. 홍콩의 주요 부동산그룹 후계자는 "지금은 도시의 발전을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시할 때"라고 주장한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홍콩의 값비싼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지목한 뒤 홍콩 행정부와 건설사가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부동산기업 신세계발전유한공사는 지난 6일 '신세계 보조금 지원 주택'이라는 이름의 반값 아파트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홍콩에서 집을 구하기 어려운 젊은층의 불만이 팽배하자 민간 업체도 나서게 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민간에서 진행하는 첫 보조금 지원 주택이다. 지금까지는 홍콩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을 짓고 팔았다.
업체는 홍콩에 거주하는 25~45세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월소득이 3만3000홍콩달러(약 499만원) 이상이고, 순자산이 85만홍콩달러(약 1억2800만원)를 넘으면 신청 자격이 없다.
당국의 승인이 나면 이 건설사는 홍콩 신계(新界) 지역 땅을 아파트 건설 부지로 내놓는다. 이후 이 회사가 지난 9월 세운 비영리 사회적 주택 건설사는 300가구의 아파트를 짓는다. 전액 민간 자금을 조달해 시세의 50~60% 가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건설 예정인 아파트는 방 하나 짜리 300·350제곱피트(약 8.4 및 8.5평), 방 두 개인 400제곱피트(약 11.2평), 방 세 개 딸린 550제곱피트(약 15.4평)로 구성한다. 가격은 270만홍콩달러(약 4억907만원)에서 495만홍콩달러(약 7억5000만원)선이다.
회사 측은 "주택 판매로 건설 비용만 충당하고 추가 이익을 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계약금도 주택가격의 5%로 해 실구매자의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계약금은 통상 집값의 최소 10%여서 이 문턱을 넘기 힘들었던 젊은 세대를 위한 조치다. 처음부터 100% 소유권을 갖게 하며, 주택담보대출도 2단계로 진행한다. 집값의 45%(5%의 계약금을 포함하면 50%)를 일단 금융기관에서 빌리고, 나머지는 10년 동안 한꺼번에 혹은 여러 번 대출받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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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은 주담대 등 복잡한 세부사항을 해결하려면 당국과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 300가구를 시범적으로 지어보고 모든 게 확실해지면 이 주택 건설 모델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드리안 쳉 신세계발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대학 강연에서 "홍콩의 주요 기업으로서 우리는 시민에게 보답하고 도시의 생계 문제를 완화할 책임이 있다"며 "더 나은 미래를 함께 건설하기 위해 더 많은 행동에 영감을 주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콩의 부동산 재벌들은 홍콩 민주화시위 직후 자선단체에 땅을 기부했다. 이들이 기부한 땅에 약 1만개의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 지어지고 있다. 헨더슨랜드 디벨럽먼트, 순훙카이프라퍼티 등 홍콩 부동산 기업들은 2019년 이후 사회주택을 위해 축구장 30여개에 해당하는 최소 18만5000㎡(제곱미터)의 땅을 기부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의 버나드 챈(陳智思)은 "그들(홍콩 부동산 재벌들의 후계자들)은 자본가이다. 승자독식주의를 알고 있다"면서도 "젊은 부동산 재벌 후계자들은 사람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의 샤바오룽(夏寶龍) 주임은 홍콩 당국에 2049년까지 홍콩의 만성적인 주택난을 해결하고 비좁은 주거공간을 없애버릴 것을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만성적 주택난과 엄청난 집값이 민심 이반의 주요 원인이라고 여긴다.
블룸버그는 "거리 시위(홍콩 민주화 시위)가 홍콩을 뒤흔든 지 2년이 지나고, 중국 당국이 집값 폭등을 비난한 이후 홍콩의 재벌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주택 위기를 완화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본토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주택 투기에 대한 탄압이 수많은 억만장자들을 굴복시켰다"면서 "홍콩에서는 캐리 람 행정부가 현지 거물들이 보유한 방대한 토지에 대한 압류를 가속화하는중"이라고 했다.
홍콩은 과거부터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 일부 부자들은 리펄스베이 등 부촌에 살지만, 750만여명 인구가 좁은 땅에 살면서 인구밀도가 높다. 빈민층은 '새장' 혹은 '관'이라고 불리는 주거공간에 살고 있다.

이렇게 홍콩의 집값이 높아 청년들이 집을 구하기 힘든 배경에는 홍콩의 토지 제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홍콩의 토지 개념은 다른 국가와 다르다. 홍콩은 전체 토지를 개인이 사유하지 않고, 장기 토지 사용권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가 개인이나 기업에게 양도하는 '토지 공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모든 땅을 경매를 통해 민간에게 일정 기간 동안 임대한다.
그런데 민간이 매년 납부하는 토지 사용료가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토지 사용권만 따낸다면, 부동산 개발은 천문학적 수입을 가져다줄 수 있다. 홍콩 부동산 재벌들의 투기와 막대한 중국 본토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부동산 값은 더욱 치솟았다. 홍콩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는데, 이는 홍콩에서 일련의 시위가 발생한 배경이 됐다.
중국 출신으로 홍콩에 이주한 억만장자 리카싱의 아들인 빅터 리가 운영하는 CK애셋홀딩스, 리샤우키 회장이 이끄는 헨더슨랜드 디벨럽먼트, 홍콩 4대 재벌 가문 중 하나인 정위퉁 일가가 이끄는 신세계발전(뉴월드 디벨롭먼트), 순훙카이프라퍼티 등 부동산 기업들은 홍콩 행정부의 이같은 정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으며 전기, 가스, 유통체인, 통신 등 다양한 다른 분야로 진출했다.
아울러 토지 경매로 발생하는 막대한 정부 수입은 오랫동안 홍콩의 '저세금 자본주의 체제'를 뒷받침해 홍콩이 세계적인 금융 허브가 되는 밑바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