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한국에 3500억달러 투자 요구? 비현실적…청문회감"

WSJ "한국에 3500억달러 투자 요구? 비현실적…청문회감"

윤세미 기자
2025.10.22 16: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 쟁점인 3500억달러(약 501조원) 대미 투자 펀드를 두고 미국 언론에서도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나왔다.

미국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외국인 투자 기금에 관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얻어낸 대미 투자 약속은 "규모가 너무 커서 이행될 가능성이 낮고 미국의 통치 체계와 재정 운영 권한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은 한국과 3500억달러(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했으며, 현재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최근 한국과 협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과는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는 조건으로 5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받았다. 이 자금은 금속, 에너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경제 및 국가 안보 이익에 기여하는 분야에 투자될 것"이라고 명시됐다.

그러나 WSJ은 이 자금이 민간 기업의 투자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지정한 관리자가 재량에 따라 결정하는 정부 간 투자라고 지적했다. 사실상의 국부펀드지만 의회의 승인이나 입법 절차 없이 운영되리란 설명이다.

WSJ은 일본의 대미 투자 세부 조건들을 뜯어보면 놀라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각 투자 건마다 대통령이나 지명된 관리자가 선정하고 운영하는 특수목적기구를 설립하며, 일본은 45일 안에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거부하면 관세가 인상될 수 있다. 일본은 투자금만 제공하는 유한 파트너 역할을 하며, 수익이 발생하면 일본과 미국이 공동으로 가져가고 이후 일정 한도를 넘으면 수익의 90%를 미국 정부가 차지한다.

WSJ은 투자 규모에서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투자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6.5%에 해당한다. 일본도 매년 1830억달러를 지출해야 하는데 이는 일본 GDP의 4.4% 규모다.

WSJ은 차라리 트럼프 대통령이 촉구하던 대로 "한국과 일본이 국방 지출을 늘리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현재 일본은 GDP의 1.8%를, 한국은 2.3%를 국방비로 지출하는데, 여기의 2~3배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하면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겠느냔 지적이다. 일본에서 소수 정부를 운영해야 하는 신임 총리가 이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일 거라고 믿기 어렵다고도 했다.

신문은 워낙 투자 규모가 큰 만큼 돈이 제대로 투자되지 않거나 부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대통령이나 공화당 인사들과 가까운 사업에 투자해야 한단 엄청난 정치적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크다.

WSJ은 "미국 역사상 대통령에게 수천억 달러를 맡기고 마음대로 투자하도록 허용한 전례는 없다"며 "그것도 이 자금은 임의 관세를 이용해 동맹국들로부터 뜯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런 일을 했다면 공화당은 분노하며 청문회를 열었을 것이다. 트럼프 투자 기금도 같은 수준의 감시와 조사를 받게 될 것이며 그것이 마땅하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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