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용 7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을 16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 연례개발자회의(GTC)에서 공개했다. 6세대로 분류되는 HBM4를 지난달 세계 최초로 양산, 올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7세대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치고 나가는 기세다. 업계에서는 삼성 특유의 집중력이 또 한 번 '마의 벽'을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HBM4E는 엔비디아가 2027년 하반기 내놓을 최상위 GPU(그래픽처리장치) '베라 루빈 울트라'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루빈 울트라 칩이 요구하는 초고성능 연산량을 감당하기 위해 HBM4의 적층 구조를 강화하면서 대역폭과 용량을 극대화해 핀당 16Gbps 속도와 4.0TB/s 대역폭을 지원할 예정이다.
HBM 패키지가 1초당 4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으로 4GB(기가바이트) 용량의 4K 고화질 영화 1000편을 1초만에 GPU로 전송할 수 있는 속도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인 'H200' 등에 쓰이는 HBM3E보다 약 3.4배 빠르다.
삼성전자는 이날 HBM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면서도 발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과 초미세 4나노(㎚·1나노미터는 100만분의 1㎜) 기반의 웨이퍼(반도체 기판)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HCB 기술은 구리를 이용해 칩을 직접 연결, 기존 TCB(열과 압력을 이용해 반도체 칩을 접합하는 패키징 기술) 방식보다 열 저항을 20% 이상 개선하면서 16단 이상 고적층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가 HBM4E 샘플을 공개하면서 7세대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HBM 초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 통과가 늦어지면서 우려를 샀지만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과 파운드리(위탁생산), 로직 설계, 첨단 패키징 부문 등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짧은 기간에 기술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차세대 HBM4E 기술력과 베라 루빈 플랫폼을 구현하는 메모리 토털솔루션을 유일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앞세워 글로벌 AI 리더십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 기업(IDM)만의 토털 솔루션을 통해 개발 효율을 강화, 고성능 HBM 시대에서도 성능과 품질을 압도하는 기술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