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 동부시각으로 7일 밤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를 이란전쟁의 합의시한으로 못박으면서 전 세계가 이란 전쟁 봉합과 확전의 갈림길에 섰다. 전쟁 종식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두고 양측의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지지만 서로 어느 정도 명분을 챙기는 선에서 극적인 합의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강대강의 언사가 맞부딪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이란 전역을 하룻밤 만에 초토화할 수 있고 그게 내일 밤이 될 수도 있다"며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군사행동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간시설 타격이 국제법 위반일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도 "미친 지도부가 핵무기를 갖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일 자정까지 이란의 모든 다리를 완전히 파괴하고 모든 발전소를 폭발시켜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법 위반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더 이상 퇴로를 열어주지 않고 '힘의 우위'를 앞세운 합의를 압박하겠다는 결심을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취재진을 만났을 땐 '7일 오후 8시'가 최종시한이라는 점도 거듭 확인했다. 전쟁 개시 이후 합의시한을 세차례 번복했던 만큼 다시 말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더이상 여유를 주지 않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현실적인 가능성은 중재국이 마련한 '45일 휴전안'을 바탕으로 미국과 이란이 시한 안에 일부라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느냐에 모인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시설에 대한 궤멸적 타격 발언을 물리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어떤 식으로든 완화되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합의조건에 대해 "석유와 그밖의 모든 물자의 자유로운 통행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를 밀어올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는 것이 종전 합의의 최우선 순위임을 못박은 것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국제유가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치솟는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다.

이란이 즉각 전면 개방 요구에는 응하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는 선에서 단계적인 해법에 동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한발 물러설 명분이 생긴다. 문제는 이란이 영구적 종전이 아닌 일시 휴전은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중앙군사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휴전은) 망상에 사로잡힌 미국 대통령의 무례하고 오만한 수사"라고 밝혔다.
시한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대로 대대적인 공습을 결정한다면 이후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공습만으로는 이란 강경 군부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발을 뺀다고 해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그대로일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를 잡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층이 가장 꺼려하는 장기전으로 상황이 치닫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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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욕설하는 등 발언이 거칠어지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그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이 미친놈들아. 그러지 않으면 지옥 같은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두고 봐라! 알라를 찬양하라"는 글을 올렸다. 독실한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 기념일인 부활절에 이런 비속어와 이슬람교에 대한 조롱을 쏟아낸 데 대해 미국 공화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