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턴스발 헤지펀드 위기 대해부

베어스턴스발 헤지펀드 위기 대해부

김경환 기자
2007.06.26 10:54

베어스턴스 위기의 이유와 향후 전망은?

미국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운용 중인 2개 헤지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청산 위기에 몰리면서 월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동안 잠잠해진 듯 싶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헤지펀드 청산 위기로 다시 금융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고, 그 여파로 뉴욕 증시가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미국을 넘어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증시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어스턴스 위기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뱅크오브아메리카) 마저 나오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채권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상당수인 만큼 이들 헤지펀드도 청산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S&P 등 신용평가회사들도 서브프라임과 연계된 채권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무불이행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헤지펀드는 물론 연기금, 금융기관까지 연쇄적인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 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섣불리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이른 상황이다. 다우지수는 베어스턴스발 악재가 터져나온 후 2.1% 하락했으며,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베어스턴스의 주가도 9% 정도 하락하는데 그쳤다.

투자자들 역시 패닉 상태에 이르지는 않고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 되살아난 '서브프라임' 부실 악몽

베어스턴스가 운용 중인 헤지펀드인 '하이 그레이드 스트럭처 크레딧 펀드'(HGSC)와 '하이 그레이드 스트럭처 크레딧 인헨스드 레버리지 펀드'(HGSCELF)는 서브프라임을 기초로 발행된 자산담보부증권(CDO)에 200억달러를 운용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확대되면서 이들 헤지펀드들은 20% 가량 손실을 입었다.

손실이 커지자 펀드에 투자했거나 대출했던 메릴린치, JP모간체이스, 리먼브러더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이 담보로 잡은 CDO를 매각,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나섰다. 이로 인해 청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주택 구매자에게 고금리로 대출해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다.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주택 가격은 반대로 하락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지난 1분기 13.77%를 기록, 4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6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6월 주택건설업 경기신뢰지수는 전달보다 2p 떨어진 28을 기록, 199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올 한해 신규주택 판매도 지난 2005년 고점을 기록한 이후 33% 줄어들 전망이다.

◇ 베어스턴스 위기 일파 만파

베어스턴스 악재가 터진 지난 20일 이후 다우지수는 2.1% 하락했다. 한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미국발 악재를 빌미삼아 예고된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S&P 등 신용평가회사들도 서브프라임과 연계된 채권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S&P는 45개 모기지담보채권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으며 앞으로 88개 채권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도 15개 서브프라임 채권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으며 267개 서브프라임 채권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채권가격 하락(채권 수익률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피치는 지난주말 31억달러에 달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기반의 4개 CDO 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글러스 루카스 UBS 애널리스트는 "CDO 등급 하향조정은 CDO 매도로 이어질 것"이라며 "베어스턴스 사태와 유사한 일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헤지펀드 업계로 위기 확산 우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른 펀드들 역시 베어스턴스 헤지펀드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베어스턴스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BOA는 모기지 대출자들이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부도율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베어스턴스 헤지펀드와 같이 모기지 바탕 CDO에 투자한 헤지펀드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WSJ은 헤지펀드들이 대부분 현금화하기 힘든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점이 이번 파문이 확산될 근거라고 주장했다. 또 저금리로 인한 차입 투자 붐도 금리 상환 부담을 높여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어스턴스발 위기로 인해 비유동성 자산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져 나올 경우 채권값이 하락하고 금융시장은 요동 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베어스턴스, 사태 진화 나서

베어스턴스는 지난 22일 32억달러를 청산 위기에 몰린 펀드중 하나인 HGSC 펀드에 긴급 지원하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베어스턴스가 자산 일부를 매각하고 채권자들도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에 긴급 자금 투입 규모가 당초 밝힌 32억달러에서 16억달러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베어스턴스는 8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일괄 매각키로 한 메릴린치와 협상에 나서 이를 중단시켰고, HGSC는 일단 청산 위기를 넘겼다.

이와 함께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인 가이 모즈코우스키는 베어스턴스가 나머지 HGSCELF에 대해서도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베어스턴스가 HGSCELF에 지원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 베어스턴스 사태의 전망은?

대부분 전문가들은 베어스턴스 사태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베어스턴스가 헤지펀드 청산을 막고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위기를 불러온 근본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무불이행 사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베어스턴스발 헤지펀드 위기에 대해 WSJ 등 경제지를 제외한 미국 언론들은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관심도가 생각보다 떨어지는 것은 이번 사태가 지난해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의 진행 과정의 일환이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대다수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부실 우려가 올해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베어스턴스 사태의 여파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 보다는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금리 인상을 예상해 빠르게 치솟던 채권 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헤지펀드 청산이 도미노처럼 이어져 헤지펀드의 전체 붕괴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일희 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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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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