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승국면 지속..성장속도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재정경제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업무현황 자료)
"대외 여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 올 성장률 예상(4.8%)보다 하락 가능성 있음"(재경부 1월 2008년 경제운용방향 발표시)
불과 4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장미빛 전망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발 악재가 부담을 주고 있다. 성장은 멈추고, 물가는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관리목표범위(3.5%)를 넘어선 게 벌써 2개월째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1년전보다 3.9% 급등했다. 4개월째 3% 중·후반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제원유·곡물가격 상승의 후폭풍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셈. 내수회복에 따른 수요측 인상압력도 물가 상승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가 5.1%나 치솟았다는 것. 김석동 재경부 차관조차 "교육,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요금이 상승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게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3% 중반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물가 잡기에 최우선 정책목표를 두기로 했다.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제운용에 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민가계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서면 도로 나무아미타불이 된다.
경제 성장도 현재로서는 난망한 상황이다. 무역수지와 주식시장 등 다른 경제지표가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34억 달러 적자로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수입 급증으로 전체 수입이 크게 늘었다. 사상 최대규모다.
반면 1월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8개월 만에 하락반전했다. 제조업 전망지수(BSI)와 전경련 계절조정 BSI 모두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기업 심리지표도 좋지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주식시장은 폭락과 상승 등 널뛰기를 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정부의 시름이 깊어지는 것은 경기지표의 악화가 주로 대외변수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 조정하거나 다듬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요인이라는 점이다. 특히 미국 경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된 경기침체 우려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아무리 줄었다 해도 미국 경제 침체로 인한 세계 경제 부진의 그늘에서 우리나라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수출의 중요한 축인 중국의 경제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10%선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9월 10.8%를 내놨지만 이번에 9.6%로 하향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3.8%에서 4.6%로 상향조정했다. 인플레이션이 그만큼 심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최근 중·남부 지방을 강타한 폭설로 중국은 통화팽창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 등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공장가동 차질도 심각한 상황이다. 폭설 피해 복구작업이 마무리돼도 그 여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올해 중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도 많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으로 중국의 수출과 투자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얘기. 내수가 어느 정도 이런 우려를 상쇄하겠지만,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처럼 대외악재가 잇따르면서 우리 경제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세운 6%성장 가능성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 조차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언급이 나올 정도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미국 대통령 마저도 미국경제 약화가 심각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할 정도"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고 금융시장 불안까지 가중되면 나중에 경제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했다.
이와 관련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로 연결될 조짐이 있어 국내 실물 경기 지표에 대한 상시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날 경우 선제적으로 정책을 시행해 대외요인에 대한 국내 실물경기 둔화를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