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반세기 정권 몰락…'D-2'

日자민당, 반세기 정권 몰락…'D-2'

이규창 기자
2009.08.28 14:41

세계2차대전 이후 반세기동안 사실상의 '1당 독재'를 유지해왔던 자민당 정권의 몰락이 눈앞에 다가왔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은 사상 최악의 참패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자민당, 참패 확실시…반세기만에 선거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총선에서 320석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조사됐다. 자민당의 중의원 의석수는 현재 302석에서 100석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일본 정당 정치 역사에 있어서 최대 격변이다.

세계2차대전 이후 일본 정치의 역사는 곧 자민당의 역사나 다름없었다. 1955년 창당한 자민당은 이후 53년 동안 지난 1993년 비자민 정당 연합에 약 11개월간 정권을 내줬을 뿐 줄곧 여당의 자리를 지켜왔다.

93년 총선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가 이끈 자민당은 총선에서 제1당의 자리를 지켰지만 과반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하면서 사회당과 공명당 등의 연합에 일시적으로 정권을 내줬다. 그러나 이번엔 양상이 전혀 다르다.

민주당의 예상 의석수는 중의원 전체 의석(480석)의 과반수를 넘어 독자 개헌까지 추진할 수 있는 3분의 2의석을 넘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의 하단을 취합하더라도 자민당조차 1986년 단 한 번 밖에 오르지 못했던 300석 고지는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들은 새 정권 출범을 예상하며 일본 현대 정치사에서 선거를 통한 첫 수평적 정권 교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변화'에 인색하던 일본 정계에 대격변이 시작되자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은 상태다.

◇민주당, 중의원 '3분의 2' 의석 유력…초거대여당 탄생할 듯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5%는 반드시 투표를 하겠다고 답했고 가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4%에 불과했다.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자의 47%는 민주당을 지지했으며 자민당 지지자는 22%에 그쳤다.

닛케이신문 조사(25~27일)에서는 응답자 65%가 투표 후보를 결정했다. 52%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자민당 지지자는 18%로 집계됐다.

잇따른 경제정책 실패와 무능력에 대한 비난이 커지면서 아소 다로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10%대로 떨어졌다. 아소 총리는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채 대중적 인기도 만을 고려해 발탁된 인물인만큼,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에서 정책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인기영합형 총리를 내세운 미봉책으로 어물쩍 위기를 넘기려던 자민당은 결국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지방 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왔다.

공명당과의 연정으로 정국을 꾸려나가던 자민당은 민주당의 '1당 독재'를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선거를 이틀 앞두고 발표된 사상 최악의 경제지표도 현 정부에 부담을 지웠다.

◇사상 최악 실업률·디플레…아소 총리 "책임 통감"

28일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7월 실업률은 5.75%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3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 소비자물가도 전년 대비 사상 최대폭인 2.2% 급락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 반세기 정권의 마지막 총리로 기록될 아소 총리는 이미 돌아선 중장년층 대신 젊은 유권자들을 설득하겠다며 거리로 나섰다. 투표 전 마지막날인 29일 밤에는 도쿄 도심의 이케부쿠로 역전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마지막 유세 연설을 할 계획이다.

아소 총리는 사전 여론조사 결과를 접하고 "지금까지 자민, 공명당 연정에 여러 비판들이 누적돼왔던 것 같다"면서 "앞서 쌓은 부정적인 잔재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자민당의 독주와 민주당의 견제 틈바구니에서 자민당과의 연정을 택해 여당으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려왔던 공명당의 처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공명당, 자민당과 결별 검토…군소정당 '험로' 예상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63) 대표는 민주당의 여성후보인 아오키 아이(44)에 밀려 낙선할 위기에 놓였다. 자민-공명 연정의 책임 당사자로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지역구 선거에서 패배할 상황이지만, 비례 대표에 중복 입후보하지 않은 상태여서 자칫 중의원에서 밀려날 처지다.

이 때문에 공명당 내부에서는 자민당과의 결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명당은 정책실패 책임은 자민당에 미루고 그동안 자신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전략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협력 관계였던 사민당, 국민신당의 처지도 비슷하다.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연정을 하겠다"며 달랬지만, 3분의 2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을 견제할 장치가 없는 군소정당의 앞날은 험난할 전망이다.

민주당과 지역구 선거에서 공조하고 있는 사민당, 국민신당으로서는 비례 대표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며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하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오자와 키드' 의회 대거진출…초강력 총리 탄생할 듯

한편 민주당에서는 오자와 이치로 대표의 입지가 공고해지면서 최고의 권력을 가진 총리가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오자와 대표로부터 발탁된 정치 신인들을 일컫는 '오자와 키드'가 대거 중의원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돼, 당내 최대 계파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정치 신인들은 소선거구에서 114명, 비례 대표에서 59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이중 100명 이상이 무난히 당선될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다수의 민주당 후보들이 오자와 대표를 보필하겠다는 취지의 연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자와 대표 계열의 전현직 의원 모임인 '일신회 클럽' 회원수는 현재 약 50여명으로 알려졌으며, 자민당 중진을 겨냥해 신선한 여성들로 표적 공천한 '자객 후보'들도 상당수 오자와 대표 계열로 분류된다.

또한 오자와 대표는 비례 대표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후보자 상당수가 '오자와 키드'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불편한 동거 앞두고 민주당에 '줄대기'…경제적책 변화에 촉각

정권교체가 임박해지면서 일본 재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집권 자민당과 오랜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던 기업들은 앞을 다투며 민주당 유력 인사들에게 '줄'을 대고 있다.

일본 최대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이번 총선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005년 총선에서는 우정민영화 공약에 찬성한다면서 자민당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엔 정권 교체 가능성을 고려해 중립을 지키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중립이지만 사실상 민주당에게 머리를 숙인 결과다. 이는 과거 자민당과 재계의 유착 관계를 고려할 때 파격적인 변화다.

게이단렌의 과거 정치기부금을 비교해 보면, 2007년에 자민당에 29억1000만엔의 정치헌금을 한 반면 민주당에는 8000만엔을 기부해 무려 36배나 차이가 났다. 정당별 정책 평가에서도 자민당에는 대부분 'A'를 주고 최소 'B' 이상의 점수를 매겼지만, 민주당에는 평균적으로 낙제점 수준인 'D'를 매겨왔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자민당과 대척점에서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온실가스배출 규제, 임시직 근로자 고용 기준 강화 등 게이단렌이 불편해 할 만한 공약들을 내걸었다.

그러나 집권 여당과 경제 주체로서 동거를 해야 할 민주당과 재계의 '불편한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전망이다. 자민당의 정책노선에서 일부 변화는 불가피하겠지만 경제회복을 위해 대기업들을 끌어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 씽크탱크인 토쿄재단의 이시카와 카즈오 수석연구원은 "민주당이 정권을 획득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대부분 자민당과 유사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정권교체가 일본의 경제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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