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없는 2년, 정책의 골든타임]②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리면서 대한민국은 2년 간 '선거 없는 시간'에 진입한다. 2028년 4월 제23대 총선까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만큼, 앞으로 2년이 국가 시스템 체질 개선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득실에 대한 고려 없이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6대(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구조개혁'을 추진할 적기다.
6대 구조개혁은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운을 띄운 과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규제·금융·공공·노동·연금·교육 등 6대 분야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부터 다음 총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까지가 우리나라 경제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총선이 다가올 수록 여당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정부 규제개혁의 컨트롤타워는 '규제합리화위원회'다.
이 대통령은 과거 국무총리가 위원장이던 규제개혁위원회를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규제합리화위원회로 업그레이드했다. 부위원장은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민간에서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명예교수, 남궁범 에스원 고문이 맡는다.
규제 개혁은 이제 막 닻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규제합리화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며 개혁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가 생각하는 규제개혁은 단순 규제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거나 만들고,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방향이다. 청와대는 이를 '똑똑한 규제'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위해 현행 규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AI(인공지능) 활용 시스템 개발에 들어간 상황이다. 특히 규제 설계·정비 및 존치에 대한 입증 책임을 소관 부처에 부여할 방침이다.
특히 첨단 산업에 대한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AI, 바이오, 모빌리티 등 미래 신산업 분야의 진입 장벽을 낮추거나 없애 기업의 투자 활력을 제고하고 국가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을 위해 규제·인허가·승인·면허·특허 등 신청 시 제출 서류를 50% 이상 감축하고, 불필요한 행정조사도 50% 감축한단 목표다. 아울러 수요자 중심 규제 개혁을 위해 국무조정실 산하 민관합동 규제합리화 추진단에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기업과 경제단체 인력도 파견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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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큰 기조로 설정됐다. 부동산으로 쏠리는 자금을 첨단 산업 등 실물경제와 성장에 기여하는 생산적 영역으로 흘러가도록 자금을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5년간 150조원의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국민성장펀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는 반도체, AI,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수소, 항공, 모빌리티, 원전, 미디어, 로봇 등 11개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며 자금 집행에도 더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5월까지 대형프로젝트 11건에 8조4000억원을 승인한 상태다. 연간 3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고려하면 다소 속도가 지연돼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간 금융권이 생산적 금융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민간 금융와 정책금융기관들은 5년간 1242조원의 자금을 공급할 예정으로, 지난 3월까지 92조원을 집행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RW(위험가중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은행권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정책목표, 방향성을 보고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용적 금융'도 금융개혁의 또 다른 축이다. 이 대통령은 중저신용자의 금융 배제를 언급하며 '잔인한 금융'을 꾸준히 역설해왔다.
이에 금융위는 '포용금융 추진단'을 출범하고 금융권의 구조적인 금융 배제 문제를 손보고 나섰다. 금융위는 금융권 현장에 안착하는 지속가능한 포용금융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포용금융의 연속성을 위해 금융회사 내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 지정 등 지배구조 내재화, 임직원 면책 등 금융시스템 전반의 규범도 확인할 방침이다. 또 포용금융을 잘하는 금융사에는 각종 출연료를 인하하거나 건전성 차원에서 포용을 억제하는 규제가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같은 포용금융 논의를 '공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존처럼 비공개 논의가 아니라 금융위원장 주재의 포용금융대전환 회의의 내용을 공개하고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듣기 위해 현장 대토론회도 개최할 방침이다.
공공개혁 최대 과제는 공공기관 통폐합 및 지방이전 문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나라재정 절약간담회에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대대적인 공공기관 통폐합을 지시했다. 이후 청와대 공공기관 통폐합 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통폐합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공공기관 통폐합과 지방이전 논의는 민감도와 파급력에 따라 지방선거 전까진 물밑에서 진행돼왔다. 실제 지난 3월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통합 논의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공항공사와 3개 자회사 노조 등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서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선제적으로 산하기관 통폐합을 진행한 주무부처를 격려했다. 산림청 산하 3개 기관(한국치산기술협회, 한국산불장비기술협회, 산림병해충 모니터링센터)를 한국산림재난안전기술공단으로 통폐합한 것을 두고서다.
고속철도 통합 작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오는 9월 KTX와 SRT(수서고속철도)의 통합을 앞두고 현재 중련 운행 등 사전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이 밖에 발전·금융 공기업 등도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다. 구체적으로 한국남동·중부·서부·남해·동서발전 등 5개 발전 자회사의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발전사들이 개별적으로 수행하던 연료 구매를 통합할 경우 구매력을 극대화해 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금융 공공기관 역시 그간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성 문제가 제기됐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통합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통폐합 과정에서 불필요한 임원 자리만 정리하는 방식으로 고용 불안 문제를 최소화하겠단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 공공기관들은 지방 이전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주요 정책금융기관들이 2차 공공기관 이전 핵심 대상으로 거론된다.
연금개혁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와 자문위원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에 따르면 2085년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의 급여 지출 합계는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14.96%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사학연금 급여와 적자보전액까지 합치면 GDP의 15%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최근 코스피 급등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이 크게 증가한 것을 두고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졌단 분석이 나오지만, 이는 '미실현 수익'일뿐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연금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 크게 국민연금 제도의 재정 안정성을 강조하는 측과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잔 측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전자는 주로 적정 보험료율 확보를, 후자는 국고를 통한 소득대체율 상향을 주장한다. 전문성 있는 연금특위 논의를 위해 구성됐던 민간자문위 논의에서도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 투입과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위원들 간 의견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조정장치란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재정이 고갈되면 연금액을 삭감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기초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포함한 전체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재설계하는 구조개혁 논의도 시급하다.
당장 만 65세 이상 노인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수술대에 오른다. 기획예산처는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노후소득 보장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기초연금 개편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도 설계 당시와 달리 최근 고령층에 진입하는 세대의 자산 여건이 개선된 점 등을 고려해 기초연금 대상 등 지원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교육개혁 핵심 과제로는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꼽힌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거점국립대 9곳의 교육·연구 역량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정부는 당초 거점국립대 9곳을 모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우선 3개 대학을 선정해 5년간 매년 1000억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선정 대학은 지역 성장동력 산업과 인공지능(AI) 분야의 교육·연구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영유아 사교육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도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리는 레벨테스트를 포함한 영유아 대상 시험·평가를 금지하기로 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학원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오는 9월 시행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또 3세 미만 영유아 대상 인지 교습을 금지하고, 취학 전 유아에 대해서는 장시간 인지 교습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과도한 조기교육 부담을 줄이고 발달 단계에 맞는 성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도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교육교부금은 저출생으로 매년 줄어드는 학령인구와 관계없이 내국세의 20.79%를 일률적으로 배정하는 구조 탓에 국가 재정을 멍들게 하는 제도로 지목된다. 실제 1980년 1440만명 수준이었던 학령인구는 저출생에 따라 현재 560만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10년 뒤에는 462만명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내국세와 연동된 교육교부금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교육계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당장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들 숫자가 줄어드니까 교육 예산이 줄어야 한다는 데 본질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교육교부금 개편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정부 내 엇박자를 냈다.
노동개혁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부는 청년·고령자 등 취업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에 주력한단 방침이다. 노동개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확대해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단 계획이다.
노동계 최대 현안이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역시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법 시행 당시 원청기업이 수많은 하청노조와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부는 실제 현장에선 교섭 대상이 제한적으로 형성되며 초기 혼란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핵심 개혁과제로는 정년연장이 거론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정년연장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논의는 답보 상태다. 정년을 몇 세까지 연장할지뿐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 재고용 방식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입장 차가 큰 상황이다.
노동계는 고령화와 함께 직장에서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을 의미하는 '소득 크레바스' 등을 고려해 정년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청년 고용 위축과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정년연장에 신중한 입장이다.
아울러 정부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노동자 추정 제도' 도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고용 형태나 근무 방식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헌법상 노동권 보장을 명시하고 국가의 지원 근거를 담은 기본법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기 중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을 만큼 주요 개혁 과제다.
이와 함께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노동자 추정 제도도 도입한단 목표다. 노동관계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을 근로자로 추정하도록 법에 명시해 분쟁 발생시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경영계에선 사업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특히 영세 사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 사업장을 중심으로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달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도 각종 수당과 퇴직금을 요구해 올 수 있단 이유에서다.